[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김동언 교수(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MPK) 연구팀이 양자 역학의 핵심인 ‘전자 터널링’ 과정의 수수께끼를 최초로 밝혀내고,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으며, 100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전자 터널링’의 비밀을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벽을 뚫고 순간 이동하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원자 세계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양자 터널링`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전자가 자신이 가진 에너지로는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에너지 장벽)을 마치 터널을 파고 지나가듯 통과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핵심 부품인 반도체가 작동하는 원리이자, 태양이 빛과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자가 터널을 통과하기 전과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터널을 지나가는 순간’ 전자가 정확히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터널 입구와 출구는 알고 있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셈이다. 김동언 교수팀과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C. H. 케이텔(Keitel) 교수팀은 강한 레이저를 원자에 쏘아 전자를 터널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자가 단순히 벽을 통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 안에서 원자핵과 다시 부딪히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터널링 장벽 내 재충돌(Under the Barrier Recollision, UBR)’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태껏 전자가 터널에서 빠져나온 후에야 원자핵과 다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터널 안에서도 이런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더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전자가 터널 안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원자핵과 재충돌하게 되어, ‘프리먼 공명(Freeman Resonance)’를 강화시키게 된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일반적인 이온화보다 훨씬 큰 이온화로 나타났고, 이온화 크기는 레이저의 세기를 바꿔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이론으로 예측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다. 이번 연구는 전자가 터널링하는 과정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터널링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초고속 레이저 같은 첨단 기술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학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가 원자의 벽을 통과할 때,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라며, “이제야 비로소 터널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기술진흥원 역량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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