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북구와 포항 장량동에서 잇따라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이 도심을 뒤흔들고 있다. 사고 당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상가 상인과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다시 꺼질지 모르겠다”며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문제는 싱크홀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싱크홀의 절반 이상이 여름철 집중호우 시기에 발생했고, 그 원인의 상당수는 노후 하수관 및 지하 배관의 손상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구는 하수관 노후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74%, 상수관 역시 63.9%에 달해 전국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도로 아래, 안전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수치다.대구·경북은 지난 수십 년간 산업화와 도시 확장의 최전선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상하수도와 전력·통신 인프라가 땅속에 겹겹이 매설됐다. 그러나 관리는 뒤따르지 못했다. 각 기관이 제각각 관할하는 구조 속에서 책임은 불분명하고, 점검과 교체는 늦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의지는 있지만 예산과 장비, 인력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경북 일부 기초지자체는 지반 탐지 장비 하나 없이 민간 업체에 외주를 맡기고, 대구시 역시 위험구간 절반 이상을 복구하지 못한 채 탐지 결과만 쌓여가는 실정이다.이제는 전면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하 인프라를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도시는 땅 위가 아니라 땅 아래에서부터 안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하공간 통합관리 플랫폼 구축, AI 기반 탐지 기술 도입, 노후 배관의 단계적 교체, 시민참여형 위험신고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반 공동을 탐지하는 GPR(지표 투과 레이더) 장비나 센서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또한 싱크홀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분명해지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공사 이력과 유지관리 내역이 투명하게 기록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고 수습비용과 손해 배상 문제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예산과 행정력만 허비한 채, 시민들의 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대구·경북은 지금, ‘지하’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다. 도시의 미래는 지하에서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 침묵 속 붕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 지역의 안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위협’을 제대로 보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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