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영 판단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개정된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등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조항들을 담고 있다. 경제계는 이미 “줄소송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기업 규제가 단지 기업의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고, 기업 이전이나 확장 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방으로 기업이 오려 하지 않는 구조적인 현실 속에서, 규제 강화는 지방 소멸 위기 지역들에 사형선고와도 같다. 이미 기업들의 투자 유인은 충청권까지만 머무르고 있고, 경북을 비롯한 영남과 호남지역에는 특별한 혜택이 없는 한 기업 유치는 먼 일이다.특히 경북과 대구는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 산업 기반 약화, 인구 감소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입법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상법 개정은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취지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 투자 지연, 지방 유치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경주시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투자유치 조례를 개정해 기업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상시고용 인원 기준을 낮추고, 물류비 보조를 신설했으며, 보조금 상한도 5배 가까이 상향했다. 이는 환영할 일이며, 다른 지자체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중앙정부의 입법과 세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정부는 이제라도 지방 기업에 대한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의 차등 적용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스위스와 이스라엘처럼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가 그 예다. 비수도권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신규 투자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해 세수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이제 국회와 정부는 실용적 기업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 지역과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 발전은 규제가 아니라 유인을 통해 이뤄진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과 균형발전을 기치로 내세웠다면, 지방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부터 실행해야 한다.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동의 불안정, 환율 불안 같은 외부 변수 앞에,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투자할 수 있는 국내 환경`이다. 기업이 머물고 싶어하는 나라, 지방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익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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