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방사성 물질인 라돈 검출로 파문이 일었던 침대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이 모 씨 등 소비자 131명이 대진침대와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날 대진침대와 관련해 제기된 다른 3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모두 같은 결론이 나왔다.대법원은 "대진침대가 매트리스를 최초 제조해 판매할 당시 국내에서 아직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등이 제정·시행되지 않았더라도 당시 방사선에 대한 일반적 인식, 입법 경위 등을 고려하면 위 법규에서 정한 일반인의 피폭 방사선량 한도나 가공 제품의 안전 기준을 이 사건에서 고려할 수 있다"고 짚었다.그러면서 "대진침대는 각 매트리스 제조 당시 이미 그 원료인 모나자이트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하면서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방사선 피폭 위험 제거 조치 등을 취했어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에 대법원은 "소비자들은 방사선 노출 가능성 경고를 받지 못한 채 장기간 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등이 정한 가공 제품의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 피폭을 당했다. 소비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점은 경험칙상 분명하다"면서 매트리스 가격에 더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이른바 `라돈 침대` 사태는 지난 2018년 5월 초 대진침대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로,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대진침대 제품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대 9.3배를 넘어섰다며 매트리스 7종 모델의 수거 명령 등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대진침대가 제조한 매트리스를 사용해 질병이 생기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지난 2023년 12월 1심은 소비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은 대진침대가 매트리스 제조·판매를 시작할 무렵에는 방사성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 제품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었고, 당시 기술 수준에 비춰볼 때 기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게 없었다고 판단했다.정부에 책임을 묻는 주장에 관해서도 원안위가 천연방사성 핵종이 포함된 원료 물질 유통 현황 관리, 매트리스 등 가공 제품 조사 계획 수립·시행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그러나 지난해 12월 2심은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고 대진침대가 소비자들에게 구입한 매트리스 가격과 위자료 일부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2심은 "라돈은 폐암 발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특히 매트리스와 같은 일상 주거용품에서는 원칙이 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실정법상 라돈 방출 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다 해서 당연히 그 사용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다만 정부에 대한 청구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지난 2020년 1월 검찰은 라돈 방출 침대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대진침대 대표와 매트리스 납품업체 관계자 2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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