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간암처럼 눈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암세포를 형광으로 선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융합대학원 장영태 교수 연구팀이 중국 린이대(Linyi University) 밍 가오(Min Gao)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간암 세포만 노랗게 빛나게 하는 형광 분자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잭스(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세포 표면에는 ‘글라이칸(glycan)’이라 불리는 당 분자들이 존재한다. 글라이칸은 세포 간 신호 전달,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하며, 세포 종류나 상태에 따라 구성이 달라져 ‘세포의 지문’처럼 쓰일 수 있다. 그 중 ‘sialyl Lewis x(sLex)’와 ‘sialyl Lewis a(sLea)’는 간암을 포함한 여러 암세포에서 많이 나타나는 글라이칸으로 암 진단 마커(marker)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의 분석 기술은 복잡하고, 살아 있는 세포에서 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연구팀은 글라이칸을 인식할 수 있는 ‘형광 프로브(fluorescent probe)’를 설계했다. ‘형광 프로브’란 특정 분자와 결합해 그 위치나 존재 여부를 빛으로 알려주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옥사보롤(oxaborole)’ 분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브를 만들어 실험한 끝에, 간암과 대장암 세포 표면에 있는 sLex와 sLea만 인식하는 형광 프로브 ‘SLY(Sialyl Lewis Yellow)’를 개발했다. 이 SLY는 표적 글라이칸과 결합한 뒤 세포 안으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에 축적되며 노란색 형광을 낸다. 이 덕분에 암세포는 밝게 빛나고, 정상 세포는 빛나지 않아 육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실제로 간암이 있는 생쥐 모델을 활용한 실험에서, SLY는 암 조직의 경계를 뚜렷하게 표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형광 물질보다 훨씬 뛰어난 선택성과 정밀도를 보여준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SLY가 단순히 암 유무를 식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 조직과 정상 조직 사이의 경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암 수술 중 암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하고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태 교수는 “SLY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글라이칸을 선택적으로 인식해 간암 조직을 세포 수준에서 선별할 수 있는 최초의 형광 프로브”라며, “이번 연구는 글라이칸 기반 암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며, 향후 정밀 의료와 수술 기술로의 확장도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Glocal University 30 사업(POSTECH 분자영상센터), 중소벤처기업부 TIPS 프로그램, 중국 국가 자연과학기금, 산둥성 우수청년인재 해외사업, 그리고 태산학자 특별기금의 지원을 통해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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