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체코 원전 수출의 주역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지명하면서, 원전 산업 재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탈원전 기조를 앞세웠던 전임 정부와는 분명한 정책적 선긋기로 읽힌다. 그러나 동시에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을 강조해 온 김성환 의원이 지명되면서, 정부의 에너지 기조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안갯속이다.문제는 산업계의 입장이다. 전력은 인공지능,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의 기반이다. 아무리 `AI 강국`을 외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김정관 후보자가 “AI 시대의 머리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라면 심장은 에너지”라고 밝힌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이미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통해 2037~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신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전임 정부 시절 수립된 것으로, 10년 만의 신규 원전건설이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원전 부지 선정작업은 정치적 부담과 여론 우려를 핑계로 발목이 잡힐 조짐이다. 한수원은 지자체 자율 유치를 통해 연내 부지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 여론 수렴이 부족하다”며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있다.원전 부지는 지역 사회와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사전에 충분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투명한 절차로 보완해야 할 문제이지, 계획 자체를 늦출 명분이 되긴 어렵다. 산업현장의 시계는 정치보다 빠르며,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생산, 첨단소재 공장은 이미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늦춰진 전력 확보는 곧 산업 발전의 지체로 이어질 뿐이다.여기에 더해 산업부 산하 에너지 정책 조직이 신설 기후에너지부로 이관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원전 정책은 부처 간 힘겨루기와 진영 논리에 또다시 휘둘릴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럴수록 정부는 흔들림 없는 원칙과 일관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특히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원전 전문가이자 수출 실적까지 갖춘 인물인 만큼, 정부는 계획된 원전 도입을 확고히 추진하고 장기적 에너지 로드맵을 재정비해야 한다.전력은 신체 각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피처럼,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원이다. 에너지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더는 미루지 말고, 원전 부지 선정부터 전력망 확충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말뿐이 아닌 실행으로 ‘AI 시대의 심장’이 제대로 뛰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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