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더는 ‘온대기후’에 속한 지역이 아니다. 포항을 비롯한 경북지역과 대구 도심이 연일 35℃를 넘는 폭염에 휩싸이며, ‘아열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단순히 여름이 길어졌다는 수준을 넘어서 산업현장과 일상, 도시 구조 전반을 흔드는 위기다. 폭염은 이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자, 미래세대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전략 과제가 되고 있다.특히 제조업 기반의 산업단지와 건설 현장은 극한 환경 속에서 연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냉방 장비와 아이스조끼, 휴식제도 등의 대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으나, 영세 사업장이나 소규모 기업들은 여전히 기본적인 대응조차 어렵다. 안전보다 생산성이 우선되는 현장에서는 온열질환이 반복되고, 사람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없이 산업도 없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하지만 이러한 재난적 현실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기회가 싹트고 있다. 대구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폭염과 쿨산업, 탄소중립’ 세미나는 무더위를 단순히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를 ‘극복의 기술’로 산업화하자는 대담한 제안을 던졌다. 단지 폭염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냉방에너지 절감, 도시 열섬현상 완화, 탄소중립 달성 등 신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이다. 대구시는 클린로드 시스템을 통해 도심의 기온을 3~4℃ 낮추고 미세먼지를 20% 줄이는 성과를 이미 입증했다. 이는 기후위기가 단지 손실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 대응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이러한 기술과 실험이 일부 기업이나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 냉방 인프라 구축 보조, 기술 적용에 대한 인증 및 보조금 체계 등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이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할 중장기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미래 세대는 지금보다 더 잦은 폭염과 기상이변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폭염은 단지 여름철의 고통이 아니라, 다가올 시대의 예고편이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무더위 대응을 넘어 이를 극복하는 기술을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기후에 적응하는 사회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더위 속에 숨겨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미래의 경쟁력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한 진정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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