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30조5천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경기진작과 민생회복을 명분으로 한 대규모 소비쿠폰 예산이 포함됐다. 전 국민 대상 민생쿠폰,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13조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됐지만, 정작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다. 대표적 예가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의 핵심 구간인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 전액 삭감이다. 남부내륙철도와 수도권 GTX B노선 등도 똑같이 예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민생쿠폰 사업은 전액 국비가 아닌 지방비 매칭이 요구되면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구시만 해도 지방비 부담이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기초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지방재정을 옥죄는 방식의 복지성 재정정책은 결국 지역 활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정부의 선의는 이해한다. 소상공인 매출 회복과 내수진작의 시급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과거 코로나19 시기에도 경험했듯이, 쿠폰 정책은 단기적인 소비 진작 효과에 그칠 뿐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담보하지 못한다. 대규모 현금 살포는 총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해 물가 인상을 불러오고, 국민은 실질 구매력 하락에 오히려 살림살이의 팍팍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실질적 경제 성장보다 명목적 물가상승만을 초래, 경기 부양 효과는 기대보다 훨씬 낮게 된다. 소비가 일어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고용창출과 산업 파급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건설사업은 철강·중공업 등 제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역경제와 고용, 국가 산업기반 강화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투자’다. 영일만대교 건설만해도 막대한 양의 철강 소비로 이어져, 위기에 처한 철강산업이 일시라도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 특히 영일만대교와 남부내륙철도는 단순한 지역 SOC 사업이 아니다. 이는 국토종합계획과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된 국가적 과제이자,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정부가 ‘불용 가능성’을 이유로 연내 착공 가능성조차 외면한 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공정성과 일관성 면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우리는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기억해야 한다. 대규모 공공 일자리와 인프라 구축은 경제불황을 타개할 유력한 해법이었다. 지금의 한국 경제도 고물가, 수출 부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소비쿠폰보다 강력한 내실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기부양을 진정 원한다면, SOC 확대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국가 재정은 ‘퍼주기’가 아니라 ‘살리는’ 데 쓰여야 한다. 정부는 보다 정교하고 지속 가능한 민생 회복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을 외면한 일회성 소비진작 정책은 지방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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