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오늘은 6·25 전쟁 발발 75주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역사적 비극의 의미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자유와 평화 속에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는 그 자유가 얼마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자주 잊는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며, 지키려는 의지가 없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6·25 전쟁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었다. 전 세계 63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179만명이 넘는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은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민족을 위해 피를 흘렸다. 많은 참전 용사들은 그날의 전우를 잊지 못해 자신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묻어달라는 유언까지 남겼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이타심이 그들에게는 ‘내 나라, 네 나라’의 경계조차 없게 만들었다.전선에는 ‘이름도, 군번도 없던 군인’들인 학도병과 소년병도 있었다. 교복을 입은 채 철모도 없이 참호에 들어가 총을 들고 적을 막아야 했던 십대들. 낙동강 다부동 전선에서, 장사리 모래밭에서, 그들은 두려움보다 조국을 먼저 생각했고, 생명보다 자유를 먼저 선택했다. ‘학생들이여, 펜 대신 총을 잡고 나라를 구하자!’는 호소에 응답했던 이들이다.이런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6.25전쟁 참전 외국군 사망자만 4만여 명이며, 그 중 미군만 3만6500여 명에 이른다. 이 시간 이름 모를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다면 이에 호응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 게다가 전투 중 수천~수만명이 사망한다면 한국 사회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나라는 일순간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아니 파병 자체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6.25전쟁의 크나큰 수혜를 받았음에도.
우리는 점점 그 소중한 역사를 잊고 있다. 자유는 영원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6·25가 우리에게 가르친 것은, 자유는 지키려는 자의 것이며, 공동체를 위한 헌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2만여 명의 국군 전사자, 이름 없이 사라진 학도병들, 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하고 ‘전우 곁에 묻어달라’는 마지막 바람을 남긴 외국인 참전 용사들.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단지 기념일 하루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오늘만큼은 가슴에 손을 얹고 이 나라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자. 평화와 번영의 뿌리는 피와 눈물 위에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그 자유를 다시 한 번 지켜야 한다. 애국의 불꽃이 오늘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다시 피어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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