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철의 도시`로 불리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도했던 포항.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번영했지만, 시대의 흐름은 포항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글로벌 경기 침체, 탄소중립 전환, 공급 과잉 등 복합적 요인으로 철강 산업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생산은 줄고, 고용은 불안해졌다. 포항은 지금, 생존을 위한 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최근 산업계가 주목하는 해법은 바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다.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거점은 이미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몰려들며 새로운 디지털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부산 명지·녹산산단에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추진 중이고, 울산에서는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손잡고 약 7조 원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다.이에 비해 포항은 전력 인프라, 부지 확보 능력, 해양과 내륙을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 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송전선로 확보, 안정적 전력 공급 체계, 그리고 부지 행정 변경과 인허가의 신속화라는 핵심 과제만 해결된다면, 포항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대안 도시가 될 수 있다.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운영 공간이 아니다. 설비 유지보수, 전기·냉각 시스템 운영, 보안, 시설 관리 등 다양한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곧, 현대제철을 포함한 기존 철강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전환 가능성을 의미한다.즉, 데이터센터는 산업의 전환이 실직이 아닌 재배치와 재도약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유치를 넘어 포항 일자리 생태계 전면 재구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물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유치는 쉽지 않다. 그들은 안정적인 전력, 초고속 네트워크, 친기업적 행정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모두 꼼꼼히 따진다.이제 필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과감한 결단, 중앙정부의 법·제도 지원, 그리고 민간과의 유기적인 협력 모델 구축이다.포항이 철강의 도시에서 데이터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이 전환의 골든타임이다. `철`에서 `데이터`로, 포항은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다시 써야 할 때다. 이 변화가 또 다른 구조조정이 아닌, 도시 재창조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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