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송창용 교수(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MPK) 통합과정 허승필 씨 연구팀, GIST(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과학과 신동빈 교수 연구팀이 특수한 금속 안에서 원자들의 진동이 억제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초전도체와 양자 소재처럼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될 물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학계의 평을 받으며,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춤을 추듯 규칙적으로 떨고 있다. 이러한 진동을 과학자들은 ‘포논(phonon)1)’이라고 부른다. 포논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물질 속에서 전기가 흐르는 방식, 열이 전달되는 과정, 심지어 초전도 현상까지 다양한 특성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 진동이 갑자기 멈추거나 방해받는 경우가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카고메2) 금속(CsV₃Sb₅)`이라 불리는 특수한 물질이다. 이 금속은 최근 물리학계에서 떠오르는 신소재로 온도가 낮아지면 내부의 전자들이 특정한 패턴을 이루며 배열되는 `전하 밀도 파(Charge Density Wave)3)`라는 상태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쉽게 말해, 군인들처럼 줄을 맞춰 정렬하는 것이다. 이 복잡한 현상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XFEL)의 최첨단 장비로 `펨토초 시분해 엑스선 산란 실험`을 진행했다. 이 기술은 펨토초(1초의 1,000조 분의 1)라는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도 잡아낼 수 있어, 아주 미세한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자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되는 상태에서 세슘(Cs) 원자들이 위아래로, 대칭적으로 진동하려고 했지만, 전자들이 너무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탓에 원자의 움직임이 강하게 억제되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고 싶은 원자가 전자들의 규칙 때문에 쩔쩔매며 움직이지 못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포논 쩔쩔맴(phonon frustration)’이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포논 쩔쩔맴’ 현상은 단순히 한 가지 물질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초전도체, 양자 컴퓨터 소재, 기타 복잡한 전자 물질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초전도체처럼 전기를 저항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꿈의 소재에서는 전자와 원자 사이의 섬세한 상호작용이 핵심인데, 이번 연구가 그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POSTECH 송창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와 포논 사이에 존재하는 숨겨진 상호작용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규명한 사례로, 앞으로 복잡한 양자 물질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양자기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방사광가속기공동이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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