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제게 육아는 종종 퇴근 후 마주하는 또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작년, 아내가 건넨 ‘대구 100인의 아빠단’이라는 이름은 낯설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100인의 아빠단’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주최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아빠들이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의 활동입니다.처음 참여했던 발대식은 어색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빠들의 진지한 눈빛이 어우러진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일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육아에 진심인 아빠들의 열정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저 재미 삼아 시작했던 마음은 어느새 ‘우리 아이에게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열정으로 바뀌어갔습니다.그러나 곧 깨달았습니다.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요.몇 달 뒤, 점점 아빠단 활동에 익숙해질 무렵, 주어진 주간 미션 중 하나는 ‘아이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 만들기!’였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쿠키 만들기 키트를 이용하면 손쉽게 해낼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요.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습니다.설명서를 읽으며 반죽을 만지는 제 손은 엉망이 되었고, 이제 막 세 살이 된 아들은 쿠키 모양을 찍기보다 초코펜부터 먹고 싶다며 보채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어질러진 부엌 한가운데서 저는 두 손 두 발 들고, 그날의 미션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며칠 후, 아내의 “같이 해볼까?”라는 말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쿠키 키트를 꺼냈습니다. 그날 부엌에는 혼자일 때의 긴장감 대신 잔잔한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아내가 능숙하게 반죽을 펴는 동안, 저는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쿠키 틀을 찍는 `중요한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혼자 할 때는 칭얼대기만 하던 아이의 얼굴엔 환한 웃음꽃이 피었고, 그 평화로운 순간 속에서 제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빠 혼자’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빠가 서툴면 엄마가 함께하고,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아빠가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 그렇게 함께 아이의 하루를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함께하는 육아’의 진짜 의미라는 것을요.아빠가 육아의 운전대를 함께 잡기 시작하면, 가정에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옵니다.이제 아이는 새로운 활동을 할 때면 “아빠랑 엄마랑 같이!”를 외치는 일이 많아졌고, 아내와 저는 ‘오늘 아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나누며 진정한 ‘육아 동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집안일 분담을 이야기하던 대화가, 지금은 아이의 성장을 함께 기뻐하는 소통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누군가의 남편’을 넘어 ‘한 아이의 아빠’로 더욱 단단해졌음을 느낍니다.대구의 많은 아빠들, 그리고 예비 아빠들께 조심스럽게 제안드리고 싶습니다.오늘, 아내에게 “뭐 도와줄까?”라고 묻는 대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아빠랑 뭐 해볼까?”라고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육아라는 신비로운 여행의 운전대를 함께 잡을 때, 우리 가족이라는 자동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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