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재난 현장의 필수 장비로 자리 잡았다. 2025년 경북 산불 현장에서는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실시간 화재 확산 분석과 야간 감시를 수행하며 산불 진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 드론은 현장 감시와 피해 분석을 통해 신속한 대응 전략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드론은 재난 대응의 `눈`이 되어 현장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 드론이 더 자유롭게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법이 땅을 다져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재난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위험이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드론을 `초경량비행장치`로 분류해 고도 제한, 비행금지구역 지정, 비행 전 승인 의무를 부과한다. 법에서 드론 비행에 대한 일부 특례를 적용하고 있으나, 신속한 출동 시에도 사전 승인을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현행 규제는 재난 상황에서 골든타임 확보를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또 다른 문제는 드론 영상에 포함된 민감정보의 처리다. 재난 현장 촬영 시 피해자의 모습이나 파손된 주택 내부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기록될 수 있다. 이러한 영상이 무단 유출될 때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재난 드론 영상은 소방서나 경찰 등 주관 기관이 각각 보관하고 있으나, 정보 보안·열람 제한·비식별화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로따라 영상 소유권, 정보 활용 범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법제 개선이 시급하다. 첫째, 재난 드론 긴급 운용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행 항공안전법과 군사기지 보호법은 원칙적 금지 규정만을 두고 있어 재난 상황에서의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 미국의 경우 연방항공청(FAA)이 `긴급 비행 승인 프로그램(Emergency COA)`을 통해 긴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비행을 승인한다. 우리도 사전 등록된 긴급 운용자에 한하여 `사후보고 조건부 비행 허용`과 `소방서장·경찰청장 등의 현장 발령권` 도입 등의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재난 드론 영상의 보호와 활용을 위한 별도의 법제가 필요하다. 영상 수집 목적을 `구조·수색·피해 분석`으로 명확히 제한하고, 일정 기간 후 자동 삭제, 공개 시 공공기관 심의 의무화, 얼굴·차량번호 자동 마스킹 등 비식별화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영상 저장은 중앙관리기관(예: 국립재난안전연구원)으로 일원화하여 민간이 수집한 영상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셋째, 민관 협력체계의 법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국토부와 행안부가 공동으로 `재난 드론 표준계약서`를 마련하여 정보 소유권, 책임 분담, 데이터 반환 의무 등을 규정하고, 민간 업체의 장비·운영 인력을 사전 인증을 통해 상시 협력망에 편입해야 한다. 재난 중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 충돌, 영상 유출 등에 대비한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도 필수적이다. 기술은 이미 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유용성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는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이는 단호하되 정교한 법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허가의 문제가 아닌, 재난과 함께 살아갈 미래 사회의 질서를 묻는 질문이다.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것은 무제한의 기술이 아닌, 공동체를 보호하는 원칙 있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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