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어두운 그림자로 여겨져 왔던 가축분뇨가 화려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축산분뇨는 그간 악취와 처리 과정의 어려움으로 축산농가의 근심거리는 물론 심각한 오염원의 하나로 알려졌다. 증가하는 축산물 수요와 함께 가축 사육 규모가 커지면서 분뇨는 악취,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환경 문제를 유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봉화군이 추진하고 있는 ‘경축순환농업’ 모델은 이러한 문제를 자원화와 순환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지속가능한 축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봉화군은 ‘2025년 가축분뇨처리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224억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고, 민간 자원화 시설을 통해 하루 200톤, 연간 6만톤의 축분을 고체연료와 바이오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생산된 바이오차는 농경지 토양개량제로, 고체연료는 발전용으로 사용되며 환경 보호와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 가능성까지 기대하고 있다.주목할 점은 봉화군이 단순한 분뇨 처리에 그치지 않고, 이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취 저감 사업, 고속발효기 지원, 바이오차 활용 활성화, 해외 비료 수출 등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에서 나아가 농업과 산업, 환경이 공존하는 순환체계를 설계한 결과물이다. 특히 베트남 등 해외시장 개척은 지역 농축산업의 수익 다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탄소중립과 ESG 경영이 세계적 화두로 자리 잡은 지금, 봉화군의 실험은 국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사례이자, 환경친화적 축산의 모범적 모델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를 포함한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이러한 사업이 일회성 사업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예산 확보와 주민들의 협력, 그리고 지역 내 순환체계의 자립화가 중요하다. 특히 자원화 시설 운영의 안정성과 기술력 확보, 악취 관리의 실효성에 따라 주민들의 수용성과 사업 지속성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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