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시아버지께서 식사하시는 모습만 봐도 제 통증은 잊혀져요.” 용흥동 대안지 골짝의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외진 곳에서 100세 시아버지를 정성껏 돌보며 16년을 살아온 여인이 있다. 이름은 메르세데스씨. 그녀는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온 페루 출신 이민 여성이다.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이주한 지 16년, 한국에서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극한의 현실과 마주한 연속이었다. 시아버지는 고령과 건강 문제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 아침 5시면 일어나 손수 만든 식재료로 영양식을 준비하고, 식사 보조는 물론 목욕, 위생관리, 병원 동행까지 모든 돌봄을 그녀가 도맡고 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도 고통스러운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그녀는 자신을 돌보는 일보다 시아버지를 향한 효심을 앞세우며 묵묵히 하루를 시작해왔다. 페루에서 받던 치료가 중단되고, 지금은 오직 통증 주사와 약물치료로 버티고 있는 그녀의 삶. 남편은 늘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며 형제들과 시아버지의 돌봄을 분담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시아버지께 제가 가장 익숙한 사람입니다. 낯선 집에 가시게 되면 더 힘드실 거예요.” 이 말 속에는 가족을 향한 그녀의 깊은 사랑과 책임감이 담겨 있다. 그녀는 한 번도 시아버지를 돌보는 일을 ‘의무’라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시간을 ‘가족을 지키는 소중한 시간’이라 여긴다. 메르세데스씨가 보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이후 그녀의 시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귀화를 위해 페루를 다시 방문해야 하는 절차도 시아버지를 두고 떠날 수 없어 수년째 미뤄두고 있었던 그녀. 생의 마지막까지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시아버지의 곁을 지키고자 하였던 메르세데스씨의 사랑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메르세데스씨의 이러한 헌신과 따뜻한 사랑은 이번 `보화상` 수상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보화상`은 가족을 위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전통적 가치인 효(孝)를 실천하는 이들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그녀의 삶이야말로 이 상이 지향하는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은주 용흥동장은 “가족을 향한 한 여성의 조용한 헌신, 그 안에 담긴 인내와 사랑 등 그녀가 보여준 삶의 깊이는 우리 지역사회가 다시금 ‘효(孝)’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본보기가 되었다”며 “세상의 어느 꽃보다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메르세데스씨에게 `보화상`은 작지만 따뜻한 박수이다. 그녀의 하루하루는 앞으로도 우리 지역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진한 울림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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