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앞두고 발표된 교사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 교육의 위기를 다시금 드러낸다.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8254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교사는 겨우 32.7%에 그쳤다. 이는 교사 10명 중 7명이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더 나아가 3명 중 2명은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 중이라는 결과는 충격적이다.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낮은 보수, 교권 침해, 과도한 민원과 업무가 교사들을 교단 밖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교권 침해를 경험한 교사가 절반을 넘었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교사도 4명 중 1명에 달한다. 수업 연구보다 행정 업무를 우선해야 했던 교사는 90%를 넘으며, 시간 외 근무를 따로 인정받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한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정부는 지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회복과 교육환경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참담하다. 수업 방해 학생 분리 제도나 민원 응대 시스템의 운영 만족도는 각각 13.4%, 14%에 불과하다. 교사 96.9%가 현재의 교육정책 전반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젊은 교사일수록 이직을 더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 위기를 넘어 한국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다.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그러나 정작 사람을 키우는 교사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며, 보람도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연 어떤 교육이 가능하겠는가.이제는 교사들의 외침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사의 직업 만족도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과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된다. 보수의 현실화, 교권의 법적 보장, 행정업무 축소, 교사 보호 시스템 정비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스승의 날은 교사에게 감사하는 날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사들은 감사를 받기보다는 사직서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교단에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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