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대 역전 드라마를 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결국 돌고 돌아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다. 대선 등록 기간인 지난 10~11일 이틀 사이 한 편의 인기 정치 드라마가 될 정도의 사상 초유 대선 후보 교체 시도였지만, ‘꼿꼿장수’ 김문수가 결국 버텨내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김문수 후보 개인의 끈기와 역량도 높이 평가받지만, 무엇보다도 당원들의 힘이 빛난 결과였다. 당원들은 단일화에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당 지도부의 일방적 조치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항했고, 결국 지도부의 뜻을 뒤엎는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냈다.이는 단순한 경선 결과가 아니라, 야당에게 정권을 넘기려 했던 정치 엘리트들의 시도를 당원들이 스스로 저지한 역사적 사건이다. 비대위 지도부와 의원 총회, 당 사무국까지 가세해 기획한 대선 후보 교체 시도는 전례 없는 일이었고, 그 결정을 당원 투표를 통해 막아낸 것 또한 정당 민주주의의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정당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보여준, 또 하나의 민주주의 역사로 기록될 쾌거다.이번 국힘 지도부 주도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대선 후보 옹립 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폭거였다. 국힘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당 대선 후보로 만들고자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고 급기야 지난 10일 공작을 시도했다. 공작이라 단정하는 것은 국민이 잠든 이른 새벽 시간 모든 과정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해당 절차는 10일 오전 2시 30분 시작해 2시간 만인 4시 40분께 완성됐다. 그 사이 당 선관위는 △(02:30) 김문수 후보 자격 박탈 및 새후보 등록 신청 공고물 게시 △(03:20) 한덕수 입당, 단독 대선 후보 등록 △(04:40) 비대위, 한덕수 대선 후보 등록 의결 선관위 공고를 추진했다.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공당의 폭거는 오전 9시 ~ 오후 9시 사이 이뤄진 전 당원 대상 ‘한덕수 대선 후보 인정’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김문수 후보가 말한 것처럼 이번 당원 투표 결과는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당 지도부의 의사를 당원이 뒤엎은 사례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단일화에 찬성한 당원마저도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당 지도부의 조치만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저항, 예상외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와 같은 정당 내부의 ‘민주적 저항’과는 대조적으로, 사법부는 오히려 반복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결정을 내리며 비판을 받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과정이다.헌재는 해당 심판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절차적 결함을 노출했다.△ 국회(민주당)가 제출한 탄핵 소추의 핵심 증거가 단지 내란죄 의혹을 제기한 신문 기사들의 조합에 불과했다는 점△ 국회와 재판부가 협의 끝에 탄핵소추문에서 내란죄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는 점△ 소송기일을 재판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며 헌법재판소법을 위반한 점△ 형사소송법상 금지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점△ 단심제라는 중대한 재판에서 피청구인(대통령 측)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초시계를 활용해 제한한 점 등 이러한 절차적 위반은 단순한 실무상의 하자가 아니라, 헌법상 권리 보장과 재판의 공정성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을 훼손한 심각한 문제다.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원들의 반발로 즉각 제동이 걸렸으나, 헌재는 정당성에 대한 국민의 의문 제기에 아무런 해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탄핵 관련 헌재 심리 중 대한민국 헌법학의 최고 권위자인 허영 석좌교수(경희대)를 비롯한 수많은 헌법학자, 법조인, 377개 대학 6300여 명의 대학교수가 절차적 정당성 훼손을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이처럼 절차적 정의(정당성)를 무시한 태도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며, 결국 “헌재 무용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절차적 정당성은 실질적 정당성과 함께 사회 정의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사회 구성원이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절차가 확보되어야 그 결과 역시 수용될 수 있다. 법원이 갈등 해결을 명분으로 절차를 무시한 심리를 지속한다면, 과연 누가 그 판결에 승복하겠는가.재판 기록은 판례로 남아 후대에 의해 끊임없이 평가된다. 절차를 무시한 정치적·사법적 결정은 결국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며, 그런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헌재는 각성하고 입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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