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민복기 대한의사협회 대선기획본부장이 대선 정책제안 보고회를 하고 있다. |
대한의사협회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책제안서를 공개했다. 의협 대선기획본부 출범식부터 공개됐던 보건부 독립과 더불어 의료거버넌스 혁신, 글로벌 의료 인재 양성, 미래 의료기술 개발 및 의료산업 혁신 등을 키워드로 했다.
일련의 정책은 각기 다른 제안 배경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제안 내용을 보면 '의료 대란'의 근본 원인과 해결점을 찾고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민복기 의협 대선기획본부 공동 본부장으로, 싱크탱크 역할을 한 민복기 본부장을 만나 이번 정책제안서에서의 주안점과 의료대란 속 정책제안 마련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그간의 성과 등을 들어봤다.
주요 정책을 꼽아달라는 요구에 장·중·단기로 나눈 핵심 안건을 꼽았는데, 중기계획은 보건부 독립, 단기 계획은 의료대란 해결 방안을 각각 짚었다.
장기 정책으로 꼽은 보건의료 산업 혁명은 이번에 새롭게 제안하는 것으로 우수 인재들이 몰려있는 의료계의 역량을 활용, 국가의 기반 산업이 보건의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복기 본부장은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대구에서 감염병 창궐 당시,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과 대구시 트윈데믹 대책추진단장을 맡아 방역 최전선에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은 '보건부 독립'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의료대란 해결 방안으로는 초단기 제안으로 2027년도 추계위 결정에 대한 상한선 마련으로 학생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정부와 의료계 선배들의 대국민·대의대생·대전공의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국민·전문가가 참여하는 '신뢰·소통'기반의 사회적 거버넌스 구축과 의평원 독립성 확보, 건정심 구조 개선, 지원·인센티브 체계 기반의 필수·지역의료 활성화 방안들도 두루 포함했다.
의사들이 보통 정무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정치인들의 니즈에 맞는 접점을 찾기 위해 애썼고, 각 정당이 원하는 빠른 피드백 속도에 맞추기 위한 노력도 언급했다.
각 후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코로나19 당시 방역 최전선에 투입됐던 공중보건의들을 움직인 것은 '명령'이 아닌 '사명감'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의료인이 사명감 속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각 후보들에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애써준 공보의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함께 전했다.
민복기 대한의사협회 대선기획본부장
[일문일답]
▷이번 정책제안서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
각 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대선 공약은 국민들에 비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제안은 받아들여져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정당의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약이어야 한다는 데 신경을 썼다. 또 국민들과 의료계의 비젼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모든 공약이 중요하겠지만 꼽고 싶은 TOP3 공약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계획이라는 것은 중기·장기·단기로 나뉜다. TOP3 라기보다는 각 단계별 주요 공약을 소개하고 싶다. 장기 공약으로는 미래 의료기술 개발과 의료산업 혁신을 뜻하는 '보건의료 산업혁명', 중기 계획으로는 발대식부터 밝혔던 보건부 독립, 단기 계획으로는 당장 해결해야 할 의료대란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꼽을 수 있겠다.
▷장기 공약으로 말씀하신 '보건의료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해 달라.
각 당에 접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개념이다. '보건의료에서의 산업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70·80년대 초에는 우수한 인력들이 공과대학으로 많이 유입이 됐지만 현재는 의과대학에 많이 들어온 것이 현실이다. 국가의 기반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역량이 의료분야에 쏠려 있다. 의료분야로부터 출발한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바이오테크, AI로보틱스, 보건의료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대한 복안을 내놨다.
이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안전한 의료빅데이터 이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구체화·실용화가 필요하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의료데이터 수집·관리 전문가 육성에 대한 투자와 AI 기반 의료기술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에 대한 구체적인 환자정보 보호수단도 뒷받침 돼야 한다.
▷이번 대선은 의료대란 속에서 치러진다. 이러한 지점에서 정책제안서를 살펴보면 의료대란의 원인이 됐던 불공정한 의료정책 의사결정체계에 대한 개선안이 많이 담긴 것 같다. 정책 결정 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지? 어떤 정책이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출범식때도 강조했던 부분이다. 의료대란의 원인이 됐던 것은 사회적 신뢰·소통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의료계 입장에서보면 2020년 9·4 의정합의가 있음에도 강행된 의대 증원으로, 불신이 자리잡은 사건이 컸다. 이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각 대선 캠프에 초반부터 일관되게 요청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신뢰·소통' 기반의 사회적 거버넌스 구축이다. 현재의 불신이 가득한, 울분이 가득찬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진심어린 사과다. 정부는 물론 의료계의 선배들도 사과해야 한다. 국민과 의대생, 전공의들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
▷단기 우선 정책으로 '의료대란 해결'을 꼽았다. 현재 법안이 통과돼 정부가 가동하려하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여기에 대한 제안도 했나?
2027년도에 대한 제한선을 둬야 한다는 제안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의대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2027년도에 또다시 나올 수 있는 급격한 의대증원 가능성이라고 본다. 이러한 불안을 제거해야 한다. 제안 중인 범위는 10%이내의 증원·감원·동결이다. 수많은 통계와 연구는 한번에 10%이상의 증원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점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리적인 이유로도 2027년도에는 반드시 10% 이내라는 상한선을 둬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인력수급추계를 정확히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제안 내용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대한 독립성·전문성 강화도 의료대란 속에서 자리잡은 불신이 계기가 된걸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한국의 여러 조언으로 도움을 받았던 일본의사회에서 한국의 의료대란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조언해줬던 부분이 있다. 일본의 경우, 거버넌스에서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모든 회의가 노출되고 회의록이 기록된다. 전문가 구성은 절반 이상, 어떨때는 70%이상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개선 요구도 같은 의미에서 나왔다고 보인다. 주요 보건의료정책을 결정하는 건정심에 대해 의료계는 줄곳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이외 이번 정책제안에서 무게를 둔 부분이 있나?
건정심은 의결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심지어 3분의 2는 정부가 지정할 수 있어 정책 결정과 공정성에서 합리성이 저해된다는 판단이다. 구성에 대한 공급자-소비자 간 실질적 동수 외 건정심의 기본 역할을 자문·심의로 전화하고 의결 기능을 폐지하는 안을 도입했다. 의결 안건은 공급자·가입자만 참여하는 별도 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역시 의료대란 연장선상에서 봤을 때, 정부는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필수의료·지역의료' 활성화를 단골 소재로 내놓는다. 의협에서 제안한 복안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많은 내용이 포함됐지만 모두 설명하자면 밤을 새야 한다. 특징적인 부분만 보자면 취약지역 맞춤형 필수의료 수가, 인센티브 체계의 도입을 꼽을 수 있다. 1년에 60명의 신생아가 나오는 지역에서 산부인과·소아과 의사가 운영을 할 수 있으려면 이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 지역근무 의료인력에 대한 포괄적 지원 확대도 제안했다.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지역근무수당 확대·차등 지급, 가족 동반 지원 등 포괄적 인력 지원체계 구축을 포함했다.
지역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제도 활성화를 위해 복무 기간을 줄여 지원율을 높이고, 시니어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과 의료사고 분쟁에 대한 정비의 역시 이전부터 요구해왔고, 많이 알려진 제안 사안이다.
▷중기 공약으로 말씀하셨던 '보건부 독립'은 현재 이미 공약으로 채택한 대선 후보도 있고, 대선기획본부에서도 발대식부터 언급했던 부분이다. 해당 공약을 가장 먼저 언급한 배경이 궁금하다.
보건복지부 전체적인 예산으로 보면 굉장히 크지만, 복지에 치중한 측면이 크다. 이는 의료계에서 오래 전부터 지적해온 부분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우리가 겪은 코로나19 상황이다. 모든 의료분야가 그렇지만 방역의 경우, 전문가의 식견과 판단이 중요하다. 자칫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를 겪었다. 올 겨울 또 다른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소한 보건부 독립을 통해 의료계 전문가가 이 분야를 이끌어야 한다.
▷본부장님은 대구시의사회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창궐 당시에도 활약을 한걸로 들었다. 이러한 경험이 이번 공약을 제안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 되나?
당연히 그렇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대구에서 감염병 창궐 당시,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과 대구시 트윈데믹 대책추진단장을 맡아 방역 최전선에서 일했다. 모든 국가가 인정할 정도로 초기 대응을 적절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전문가의 의견을 지방 정부가 따라줬기 때문이다. 또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만큼 수만 명의 초기 사망자가 나왔을 수 있다.
▷현재 정책제안서는 모든 정당에 보내진 상탠가? 반응은 어떤가?
기본적인 정책 제안서는 이미 정리 후 보낸 상태다. 각 정당에서 원하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으면서 정당별 수정·보완 작업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공공·필수지역 의료 강화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 했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더 보강해 송부했다.
▷의사들은 보통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이부분에 대해 정책제안을 진행하면서 느낀 바가 있는지?
지금까지 의료인들은 정치인들의 니즈에 맞는 개념을 제안하는 부분이 약했다고 본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한' 복안을 내놔야 한다. 장기 계획에서 미래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비젼을 제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계의 니즈와 정치적 니즈의 접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의협 대선기획본부가 구성된 이후, 어느정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러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일련의 사태 속에서 각 정당은 빠른 피드백을 원했다. 이런 속도에 맞추기 위해 본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피드백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해 수정·보완하는 작업도 성실히 임했다.
▷대선 후보자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료사태 속에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꺼내들었다. 의료인이 명령이 아닌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2020년 2월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 우리나라는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이때 이동검진에 바로 투입된 인력들이 바로 우리의 후배 공중보건의사들이었다. 대구에 가면 죽는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당시 공보의들에게 연설을 했다. 치명률이 10%가 될지, 100%가 될지 나도 모른다. 자식같은 여러분을 보내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우리 가족과 국민, 국가를 위해서 누군가는 가야 한다. 정말 미안하지만 호소한다. 부탁한다고 했다. 당시 눈물을 흘렸던 공보의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이자리를 빌려 당시 투입됐던 공중보건의들에게 국가와 국민을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다시 전하고 싶다. 그들은 움직인 것은 명령이 아닌 사명감이었다. 이 부분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