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하면서 통화 완화 신중론을 유지했지만, 한국은행은 이와 관계없이 이달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연준의 금리 동결은 당초 예상된 결과였다. 무엇보다 한국은 연초 역성장으로 인해 미국보다 빠른 경기 대응이 시급한 상태다.연준은 지난 6∼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이는 1월과 3월에 이은 3회 연속 동결이다.연준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이 경기와 물가에 미칠 영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경제의 양대 목표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인 복합 시나리오에 직면해 있다"며 "당분간 정책 기조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명확성이 커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관세 정책과 통상 협상 등으로 인해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향후 경제 지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금리 인하의 시점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관망(wait-and-see)`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과 폭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완화 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관세가 상당 수준 완화되면 9월 인하 재개, 연내 2회 인하를 전망하지만, 관세가 유예 기간 이후에도 유지될 경우 금리 인하는 연내 3회(7·9·10월)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미국과 사정이 다르다. 경제 성장률이 최근 4개 분기(1년) 동안 전기 대비 0.1%를 넘기지 못해 경기 부진의 징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특히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0.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지난 2월 경제 전망에서 1.5%로 낮춰잡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이달 수정 전망에서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이에 오는 29일 개최를 앞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지난 4월 금통위 당시 금융통화위원 6명 전원은 `3개월 내 기준금리를 현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한은 내부에 5월 인하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됐음을 보여줬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밀라노 출장 중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의심하지 말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빅 컷(한 번에 0.5%포인트 인하) 여부나 인하 횟수는 5월 경제 전망 결과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3차례 이상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기존에는 상반기 2회 인하 가능성이 주로 반영됐지만, 각종 경기 지표 부진에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마저 늦어지며 하반기 인하 기대가 탄력을 받고 있다.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고 국내 물가 상승 경계심은 다소 낮은 만큼 미국과 달리 중립 금리 이하로의 인한 여지가 있다"면서 "이달 1차례, 8월 1차례 등 연내 추가 2차례 인하를 전망한다"고 밝혔다.물론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한은의 선제적 인하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지목된다.이번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국(2.75%)과 미국(4.25∼4.50%) 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p)로 유지됐다. 표면상으로는 변함없지만, 절대적인 금리 차이가 커 외국 자금 유출 우려는 상존한다.다만 최근 들어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서 그간의 원화 약세가 완화된 만큼, 금리차에 따른 외환 시장 불안은 한풀 꺾인 상태로 평가된다.이 총재는 앞선 간담회에서 "아시아 통화 강세와 미중 통상 협상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환율의 방향보다 변동성을 경계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게다가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시장 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의 미국 최종금리 예상치는 최근 낮아지고 있어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내외 금리차에 방해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는 달러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현재 달러 인덱스만 본다면 환율은 1300원 초반에 진입해도 이상하지 않으나, 당장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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