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제철소에서 일하는 직원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자. 혹시 과거 대장장이의 이미지를 그리며 체격 좋은 남성이 들끓는 용광로 앞에서 구슬땀을 닦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가? 틀린 상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오늘날 제철소는 그런 직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열연압연기성능향상 TF팀의 홍성주 대리는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포스코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현재는 창의적인 프로그래밍과 날카로운 데이터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포항제철소 열연 작업률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열연 설비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그녀가 포항제철소에 입사하게 된 계기와 그녀의 성장 스토리를 들어본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저는 포항제철소 열연압연기성능향상 TF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 홍성주입니다. 2019년 7월 입사하여 같은 해 10월부터 열연부에서 일하게 되었고, 올해부터는 열연공장의 설비 강건화를 위한 TF팀에 합류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5년간 열연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TF팀의 일원으로서 현장의 문제를 더 넓은 시야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하고 계신 업무를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제가 속한 TF팀에서는 두 가지 큰 업무가 있는데요, 하나는 설비 강건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설비관리시스템 구축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 설비관리시스템 구축을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설비관리에는 자금·인력·시간 등, 여러 중요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업무 구분과 지속 가능한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도 작업 표준이나 기술 기준이 존재하지만, 모두가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설비관리 시스템이 미흡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설비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하고 있습니다.또한 저희 TF팀이 축적해 온 지식들이 후배들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저희의 모든 활동과 기술을 한 권의 백서로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옛 왕실의 사관(史官)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매일 뿌듯하고 재밌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웃음),   ▷TF팀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고,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기존 부서에서 저는 열연 작업률 향상과 형상제어 자동화를 담당해왔습니다. 설비 트러블 발생 시 원인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설비와 제어를 개선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실력을 쌓아왔습니다.2022년 냉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피해 이후 열연공장의 작업률을 개선하고자 포항제철소는 열연 설비 최고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압연기성능향상TF팀’을 구성했습니다. 저는 관련 업무를 맡아왔던 경험 덕분에 TF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TF팀은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토론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합니다. 단순한 현안 공유가 아니라, 현장의 장애 이력, 설비 구조, 작업 환경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데요, 다들 열정이 넘치시는지라 한 시간 정도 예정되었던 회의가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이후엔 회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고, 협의가 필요한 현장 업무들을 해결합니다. 정규 근무 시간엔 주로 협업과 회의가 많고, 데이터 분석이나 시스템 설계는 근무 외 시간에 진행하게 됩니다. TF팀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업무가 적진 않지만, 즐겁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포스코(포항제철소)에서 일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대학 시절 전공은 기계공학이었고, 원래는 로봇이나 드론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졸업 전에는 AI연구소, 스타트업과 미국 재활로봇기업의 한국법인 창립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포스코와의 인연은 학부생 시절부터 이어졌습니다. 포스코 학부생 창의연구프로그램에서 ‘선재 공정 설비 개선’을 주제로 우수상을 수상했고, 2년간 ‘포스코 무인항공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드론을 활용한 협소 공간 시찰, 무인 택배 배달 같은 아이디어도 실현해보았습니다. 제가 관심있었던 로봇과 드론이 현업에 적용되는 것을 보는데 무척 재밌고 신기했어요.이러한 과정에서 철강공정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겨 4학년 여름방학 당시 포스코 인턴십에 지원하며 포항제철소 압연설비그룹에서 한 달간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그 당시 그룹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어느 회사나 장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크게 보이면 나랑 맞는 회사고, 단점이 크게 보이면 안 맞는 회사다.”라는 말씀이 제 진로 결정에 큰 기준이 되었습니다. 말씀을 곱씹어보니, 포항제철소의 거대한 설비들을 처음 봤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다양한 산업을 경험한 끝에 결국 ‘공장’이라는 공간이 저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거죠. 포항제철소는 분명 한 눈에 담기지 않는 규모, 복잡한 장치, 그리고 정밀한 자동화 시스템이 한데 어우러져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저는 거대한 장치 산업이나 플랜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만큼, 포스코는 제 꿈과 가장 잘 맞는 회사라 생각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저는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 역량이 강점이라, 이를 활용해 포항제철소 스마트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로봇만들기 재능봉사단’을 만들어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그러다 2023년에는 포스코스틸리온의 도금공장으로부터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 요청을 받았고, 며칠간 도금공장에 상주하며 매달린 끝에 프로그램 구현에 성공했습니다. 현장 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이 공로로 유공 포상도 받았습니다. 기술이 사람을 돕고,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면했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한 번은 야근 중 압연 제어 자동화 로직을 팀원들과 공유 없이 수정했다가 2열연공장을 2시간 동안 정지시킨 사고가 있었는데 하루 종일 수습하며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그런데 그날, 공장장님과 파트장님께서 “누구나 실수는 한다.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이다.” 라고 말씀해 주셨고, 그 말이 일주일쯤 지나서야 진짜 의미로 와 닿았습니다.이후부터는 변경된 사항에 대해 팀원들과 공유를 하고 사전 점검 프로세스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향후 제가 성장해 리더가 되었을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저는 입사 후 늘 더 어려운 일, 더 복잡한 문제를 자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가장 도전적인 업무로 TF에서 압연설비를 개선하고 있고, 이후에는 안정된 설비를 기반으로 생산 자동화 기술을 완성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느꼈던 일화를 소개해준다면?신입사원 시절 열연정비섹션에 6개월 파견을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1열연공장의 설비를 개선하며 설비 사양을 검토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그 과정에서 작업자의 안전 확보가 기술의 본질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이후 열연부로 돌아와서 열연 공정의 2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품질 검사 주기를 완화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덕분에 작업자들은 고열에 노출되는 빈도가 줄었습니다.이처럼 생산품질을 확보하면서도 작업자들의 반복 노동을 줄이고, 안전에 기여할 수 있을 때 엔지니어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오늘날의 대리님을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끊임없는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한 TF팀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두 분의 명장님, PCP(기술전문가), 설비파트장님, 자문교수님 등으로 이루어진 최고의 전문가 집단입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매일 아침 배우고, 질문하고, 자극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원래 부서에서도 명장님에게 밀착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쌓을 수 있었는데, 이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코는 ‘배우고자 하면 무한히 배울 수 있는 조직’입니다. 기술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의 경험이 곧 정답이 되어 다가오는 환경이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목표나 비전은 무엇이고, 포스코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 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형 엔지니어로 성장해서 공장 자동화 기술에 한 획을 긋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AI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설비를 강건화 하는 일, 그게 바로 제가 TF에서 현재 하고 있는 업무이기도 하고요.그리고 포스코에서 `어떤 자리에 오를 것인가`보다는, 어떤 태도로 일하고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현장을 개선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하루를 살 수 있도록 돕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저는 엔지니어의 일이란 일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수작업을 자동화하고, 현장의 위험한 일을 줄이며,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잘 돌아가는 구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엔지니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앞으로도 현장 업무를 시스템화하고 그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꿈꾸며 끊임없이 도전하겠습니다. ▷프로필- 성함 : 홍성주- 직책/직급 : 대리- 포스코 입사 : ’2019년 7월- 주요 경력 : [‘19년~’24년] 포항제철소 열연부 기술개발섹션 [’25년~] 포항제철소 압연담당 열연압연기성능향상 TF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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