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졸업 앨범에 교사 사진은 사라지고, 선거판에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영상이 횡행하고 있다.인공지능(AI) 기술이 널리 보급된 딥페이크 시대의 단상이다. 지난해 학교를 중심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속출했다.교실 안을 파고든 딥페이크는 6·3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흔들고 있다. 후보자들이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이 사실인 양 확산하고 있다.경찰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비대면 방식으로 쉽게 확대 재생산되는 딥페이크 범죄의 특성 탓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7개월간 딥페이크 성범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총 1429건의 범죄를 적발해 963명을 검거했으며, 그중 59명을 구속했다. 이 가운데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93.1%에 달했다.이는 딥페이크 문제가 공론화된 직후인 지난해 8월 28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단속을 벌인 결과로, 집중 단속 시행 이전(2024년 1월 1일~8월 27일) 267명(구속 8명)이 검거된 것과 비교해 260.7%가 증가한 수치다.연령대별로는 △10대 669명(촉법소년 72명) △20대 228명 △30대 51명 △40대 11명 △50대 이상 4명 순으로 나타났다.이처럼 현실화된 공포에 교사와 학생들은 `프사`(프로필 사진) 내리기, 졸업 사진 거부 등에 나섰다. 졸업 앨범에는 교사 얼굴이 실리지 않거나 딥페이크 범죄를 경고하는 문구가 실리기도 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딥페이크 여파 졸업앨범 제작 등 실태 파악 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대다수인 93.1%가 딥페이크 등 범죄에 졸업앨범 사진이 악용될까 봐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3537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및 PC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졸업앨범에 교원 사진은 어느 범위까지 넣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 중 49.8%가 `희망자만 넣어야 한다`고 답했다. `모두 넣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도 38.7%에 달했다. 또 졸업 앨범을 제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67.2%였다.문제는 텔레그램을 통한 범죄 추적이 어렵다는 점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해 왔고, `사적 대화방`인 탓에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막기 위해 시행된 `N번방 방지법`에서도 비켜나 있었다. 최근 수년간 각종 디지털 범죄가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유다.이에 따라 경찰은 텔레그램 본사에 대한 첫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해 텔레그램 측을 압박하는 한편, 텔레그램 기반 범죄의 주요 수사 통로였던 `위장수사` 제도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그 결과 텔레그램 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지난해 10월 공조 관계를 구축해 올해 1월 이른바 `자경단` 사건 총책인 김녹완(33)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자료를 회신받아 수사한 최초의 사례다그러나 AI 기술의 보급과 디지털 비대면 범죄의 특성에 따라 누구나 쉽게 딥페이크 범죄에 접근해 허위 영상물을 제작·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여전하다.경찰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에 따라 6월 4일부터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위장수사가 가능해진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 문제는 선거판까지 흔들고 있다. 진짜 같은 후보자들의 허위 영상이 무분별하게 확산하면서다.수의를 입고 구치소에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스스로 가발을 벗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등 딥페이크를 이용한 허위 사실·비방 등이 판치고 있다.딥페이크 범죄와 관련해 경찰은 자체 개발 탐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소프트웨어는 불법촬영물 추적 시스템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영상과 이미지의 경우 조작 여부를 90% 이상 탐지할 수 있다.그러나 딥페이크 음향 분석이 어렵고, 수사 참고 자료로만 활용 가능해 분석 범위 및 법적 신뢰도를 보완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결국 경찰은 자체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딥페이크 선거 범죄 대응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감정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국과수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함께 AI 기반 영상·음성 분석 기술을 적용한 딥페이크 감별 소프트웨어 시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딥페이크 특별대응팀을 운영하며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 중이다.경찰청은 지난달 24일 국과수로부터 해당 소프트웨어 시제품을 통해 전문 감정관의 `감정서 회보`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제21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딥페이크 선거 범죄)을 긴급에 준해 신속하게 감정을 받을 수 있도록 국과수와 협의했다.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지난달 28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 달 앞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최근 문제가 된 딥페이크 등 허위사실 유포, 중요 선거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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