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현재 대한민국의 정세는 한마디로 혼돈이다. 일제강점기 김두한과 종로 뒷골목의 깡패 이야기, 1945년 해방 직후의 무정부 상태, 그리고 군사 정권기간보다 더 극적인 현실이 실시간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의 연속은 정치 드라마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조기대선 정국 속 국민의힘은 당내 경선에 이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가 남아 있고 끝으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최종 격돌이 벌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 뿐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언제 어떻게 점화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정치 혼란의 단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출범으로부터 시작됐다. 스스로를 ‘적폐 청산의 주역’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1천 명이 넘는 인사에 대해 수사를 지시하고, 200여 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문 정권은 오히려 더 큰 비리와 정책 실패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임명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된다. 그 자체로도 극적인 정치 서사였지만, 그것 또한 시작에 불과하다.문 정권이 말기에 단행한 ‘알박기 인사’는 새 정부에 조직적인 저항으로 이어졌고, 거대 야당은 국정 전반에 걸쳐 협조를 거부했다. 각종 악성 법률의 무더기 통과로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를 촉발했고, 30여 차례에 달하는 행정부 탄핵 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훼손했다. 심지어 이태원 할로윈 참사 등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원인 규명보다는 정권 책임론을 앞세워 정치적 공세를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78차례에 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이를 뒷받침한다.이 같은 정치 혼란의 최고점은 현재 진행 중인 사법부에 대한 위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재판을 차기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 현재 13명인 대법관을 30명까지 늘이자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사법부를 상대로 노골적인 정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제기된 다수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재판 1심에서 유죄(징역 1년 집유 2년)가 선고되며 정치생명이 위태로웠지만,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로 살아났고, 다시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의 법리 오류를 지적받고 사건이 고법으로 파기환송됐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사법부 겁박이자 입법권 남용이다.사법부는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대중의 인기나 정치적 분위기를 판결문에 담으려는 시도는 법관의 직무를 넘어선 것이다. 시대극 드라마는 작가가 쓰는 것이지 법관이 쓸 것이 아니다. 사법부가 국민이 예측 가능한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정치적 셈법이 작동하는 것처럼 비치는 현실은 국가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시도, 그리고 재판 연기 주장 등은 사법부의 독립을 무너뜨리려는 위헌적 발상이다. 민주당이 이 같은 시도를 계속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민주 정당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형사 재판은 피고인의 정치적 지위와 무관하게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설사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예외일 수 없다. 헌법은 대통령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 형사소추를 퇴임 후로 연기한다는 것이지, 이전 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직이 범죄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도 범죄 의혹이 많은 인물이 대통령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백하다면 스스로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것이 책임지는 자의 태도다.정치가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순간, 삼권분립 붕괴로 민주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 법 앞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 내일은 없다. 국민은 지금의 혼돈 상황을 기록할 것이며, 사법부를 흔들고 법치를 부정한 자들을 훗날 역사의 심판대 앞에 반드시 세울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