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김경철기자]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30일 저녁, 경주 서악동 삼층석탑 앞에서 ‘2025 봉축 점등식’이 장엄하게 봉행됐다.
신라문화원(원장 진병길)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서악마을 주민과 지역 불자, 그리고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불교의 전통적 가르침을 되새기고, 현대적 감성으로 되살아난 신심(信心)과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성과 서악동 삼층석탑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펼쳐진 이번 점등식은, 전통의 경건함과 현대 미학이 어우러진 ‘빛의 향연’으로 과거와 현재, 신앙과 일상을 아우르는 감동의 시간으로 승화됐다.
서악동 삼층석탑은 신라 불국토의 정신이 깃든 대표적인 석조문화유산으로, 그 일대는 오래전부터 예경(禮敬)의 마음과 마을공동체의 화합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신라문화원은 지난 10여 년간 서악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그 의미를 되살려 온 결과, 오늘날 서악마을은 ‘문화유산 보존과 공동체 활용’의 모범적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점등식은 작약 꽃이 봉오리를 터뜨리는 계절에 맞춰, 연등의 은은한 불빛과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며, 유서 깊은 폐사지의 고요함 속에서 전통불교의 미학과 현대인의 치유 욕구가 조화를 이루는 ‘빛의 예술’로 구현됐다. 연등과 작약의 조화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평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깊이 각인됐다.
차 향기 속에 시작된 행사는 수암사 주지 성천 스님의 집전으로 삼귀의례와 반야심경 봉송이 엄숙히 이어졌으며, 이어 진병길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점등식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불교의 자비정신과 문화유산의 현대적 활용 가치를 함께 나누는 자리”라며 “이 자리가 자비의 마음을 확산하고, 문화유산이 일상 속에서 더욱 의미 있게 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천 스님은 법문을 통해 “석탑에 등불을 밝히는 일은 곧 마음속 자비의 등불을 켜는 수행”이라며 “작은 연등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된다”며 연등에 담긴 회향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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