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을 멈춘 한수원 울진원전 4호기의 정상가동은 빨라도 2012년 4월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증기발생기 전열관 손상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실시한 울진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2개의 1만6428개 전열관을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3847개의 전열관이 두께가 얇아지거나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울진원전은 증기발생기 세관 손상이 심해 내년 4월 말까지 정비기간을 연장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에는 터빈을 돌리기 위해 달궈진 고온 고압의 물은 증기발생기의 세관이라 불리는 가느다란 관으로 들어가 간접 방식으로 증기를 만든다. 문제는 이 ‘세관’의 재질을 놓고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9년 전 울진원전에서는 세관이 잘려져 나가 원자로 냉각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4월 5일 당시 울진원전 4호기의 정비를 위해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던 순간 2번 증기발생기의 전열관이 가로 방향으로 잘려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전열관 속의 1차 냉각수가 13분간 45t이 누출되며 백색경보(1등급 사고)가 발령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세관의 소재인 ‘인코넬-600’란 합금이 부식과 균열에 취약하다고 주장했지만 울진원전은 단순 고장이라고 해명했다. 울진원전의 한 관계자 2002년 8월 “세관 파단은 재질의 문제가 아니고, 손상된 세관 자체에만 국한되는 제작상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던 울진원전은 울진 1·2호기 증기 발생기의 세관에서 부식과 균열 발생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자, 2호기는 올해 9월14일부터 73일간 진행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증기발생기를 전면 교체했으며, 1호기도 내년 중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대로 가면 5년 뒤인 2017년에는 원전의 정비한계점, 즉 운전 수명이 끝나기 때문에 부식과 균열에 강한 ‘인코넬-690’라는 새로운 재질로 세관을 바꾸겠다는 것. 실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해 6월 증기발생기 교체 관련 심사에서 설비 신뢰성 및 경제성 제고, 기존의 ‘인코넬-600’를 ‘인코넬-690’로 재질을 개선, 응력 부식 균열에 저항성이 높은 재질 사용을 사유로 한수원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조기 교체를 결정했다.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사람들’ 이규봉 집행위원장은 “지난 1980년대 다른 나라 이런 사고 많아 당시에도 ‘인코넬-600’가 문제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21기 가운데 13기의 세관은 사고가 났던 ‘인코넬 600’로 만들어져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정은 비슷해 지금까지 관재생 또는 관막음 조치한 세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데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교체비용도 한수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기발생기 1개를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0억~2000억 원 정도이므로 원전 1개 호기당 증기발생기가 2~3대인 것을 감안하면 모두 바꾸려면 2000억~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1개 호기의 건설비용은 2조 원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 중 ‘인코넬-600’을 세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전이 13기를 모두 교체할 경우 최소 6조~15조 원의 교체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연합은 2일 성명서를 통해 “증기발생기가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나면 일반적인 냉각수 누설과 달리 원자로 1차 냉각재가 일시에 상실됨으로써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일어난 노심용융과 같은 대형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명서에서는 “울진 4호기의 전열관 재질인 인코넬-600은 응력부식균열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요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는 재질”이라며 “인코넬-600재질을 사용한 울진3호기와 영광 3ㆍ4ㆍ5ㆍ6호기의 증기발생기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도 세관이 파손돼 냉각수가 유출되면, 원자로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노심 용융과 같은 방사능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국장은 “1차 냉각수가 급속히 빠져 나가고, 그로 인해 노심이 냉각되지 않아서 핵 연료봉이 녹아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그렇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진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가동한 지 14년밖에 안 된 4호기가 어떤 이유로 급격히 손상되는지도 규명하지 못한 채 교체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문제”라며 “증기발생기 자체가 아니라 다른 문제라면 교체 후에도 세관 손상은 계속될 것 아니냐,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관막음률 기준만 완화하는 것은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울진원전이 세관 손상에 따른 대책을 증기발생기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자, 울진군도 문제가 생긴 증기발생기의 교체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나 폐 증기발생기의 울진원전 내 보관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법적 다툼에 들어간 울진원전 2호기 폐 증기발생기 임시저장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4호기 보관을 위해 또 다른 저장고를 짓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며 “울진원전이 폐기물을 모두 울진에 버릴 거면 왜 경주방폐장을 건설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이 여전히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증기발생기 세관 손상과 관련해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다가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공개하는 등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울진=김경호기자 huripo@ks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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