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었지만 밤새 속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다. 경북 5개 시군 산불 이재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경북 북동부권 산불 피해민에 대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느끼게 됐다는 대구시민의 고백이다. 바짝 건조한 산림과 더운 날씨, 강풍에 불씨가 수백미터까지 날려 경북권 산림을 초토화시킨 ‘괴물 산불’처럼 이번 대구 함지산 산불도 강풍을 타고 급속히 번져갔다. 오후 2시쯤 시작된 산불이 북구 서변동과 조야동 민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변동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북대구IC 주변 고속도로까지 차단됐다. 문제는 밤 시간 진화다. 산불 진화 헬기는 일몰때인 오후 7시까지만 가동되기 때문이다. 해가 뜨는 5시 30분까지 10시간 30분 동안 산불은 아무런 제재조차 받지 않고 번져가게 된다. 따라서 대구시민 마음속에는 ‘불타 무너져 내린 지붕과 하얀 재만이 날리는 집터 위에서 울고 있던 경북 산불 이재민들의 처지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다음날인 29일 오후 1시 산림청이 "주불 진화가 완료돼 주민 대피 명령을 해제한다. 일상생활로 복귀해 달라"고 알리자,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왔다.이번 대구 북구 산불 진화에 산림청 소유의 ‘수리온 헬기’의 공이 크다. 산림청은 일몰과 동시에 산불 진화 헬기들이 철수하자 수리온 헬기 2대를 긴급 투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만든 국산 헬기 ‘수리온’은 담수량은 2천 리터로, 초대형 헬기보다는 작지만 디지털 장비를 갖춰 야간 비행이 가능한 기종이다. 수리온 헬기 2대를 산불 진화에 본격적으로 투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28일 일몰 땐 진화율이 19%였지만, 수리온 헬기 투입 영향 등으로 다음날인 29일 오전 6시 기준 진화율 65%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해 뜨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과거와 달라진 것은 장비 운용이다. 좀 더 과학화되고 첨단 기능을 갖춘 산불 진화 장비를 활용함으로 인명 피해는 물론 재산적 손실까지 줄일 수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열돔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강력한 폭염이 잦아지고,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국지성 폭우,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과 산불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건조한 겨울과 봄철 기온 상승으로 산불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때 야간 진화까지 가능한 수리온헬기 투입으로 인한 산불 확산 방지 성과는 인정받아야 한다. 요즈음 공사장에 가면 “장비빨” 또는 “장비가 일 다한다”란 말이 있다. 산불 진화 역시도 마찬가지가 됐다. 이번 대구 함지산 산불 진화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수리온 헬기가 더 많이 보급돼 전국 어디서나 지난달 경북 5개 시군 산불과 같은 피해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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