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다음달이면 1년 3개월째 접어드는 의정갈등이 `내년도 모집 인원 증원 전 동결` 조치에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와 현 정부가 마주 앉지 않으면 이대로 차기 정부가 부담을 안고 사태 수습, 해결에 나서야 한다.교육부가 `트리플링(24·25·26 동시교육)`을 우려하며 의대생들에게 대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강경파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의사가 확고할뿐더러 의사 대표단체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재검토 등 4가지 요구를 들이밀며 압박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회(KAMC)는 30일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에 대해 사전 통지한 대로 유급 처리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기준 40개 의대 평균 수업 참여율은 25.9%로 4명 중 3명은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이대로라면 대규모 유급이 적용된다. 교육부는 의대생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 의료계 단체가 주선해 의대생 14명을 만난 바 있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주호 부총리는 "다음 정부를 기다리고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차기 정부와 하면 되니, 일단 이 정부와 빨리 대화하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정부와 각을 세워온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40개 의대 학생회에 공문을 보내 의대 교육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다음 달에는 의대생도 참여해 정책 등을 함께 고민할 `의학교육위원회`도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다만 현재로서는 의대생들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의대협은 뉴스1에 "이달 들어 지속해 온 수업거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 의사 궐기대회에는 6천명 이상의 의대생이 모여 단일 대오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의협은 정부와 국회에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전면 재검토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지속 가능하도록 재설계 △의대생과 전공의의 학습권 및 수련권 보장 △교육 불가능 의대에 대한 입학정원 조정 등 총 4가지 요구를 내건 상황이다.의협은 지난 8일 의료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제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달라면서 4가지 사항을 전제조건으로 들었다. 그러나 김택우 의협 회장이 이 부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공개로 만난 점 이외에는 대화를 통한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국민 피로와 의학교육의 질 저하 그리고 의료개혁에 대한 사회적 협의 지연 등 풀 숙제가 쌓이게 된다. 당장 의대생 당사자들의 유급 등 피해가 뒤따르게 됐다. 우선 대선 정국 속에서 의협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 태도에 따라 사태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한편, 유급을 앞둔 의대생이나 사직 전공의 복귀 문제에 대해 의협은 의대생과 전공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자세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것을 유도하거나 조장하지 않겠다는 취지다.의협은 의료 정책 제안서를 준비해 대선 후보를 내는 각 정당에 보내고, 후보들이 결정된 데 따라 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안서에는 의료 산업과 의료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의협 견해를 담았다고 한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