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의성에서 시작돼 도내 5개 시군으로 확산됐던 산불이 한 달 만인 21일, 안동을 시작으로 폐기물 처리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안동시는 이번 폐기물 처리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행함은 물론, 건설·혼합·지정폐기물과 식물성 잔재물 등 4종으로 분류해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친환경적인 처리 방식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산불 피해지의 폐기물 처리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는 고통의 흔적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위한 ‘첫 걸음’이다. 그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아픔을 마주한 이별이 최대한 부드럽고 따뜻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폐허를 정리하는 철거는 또한 새로운 건설의 시작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곳 산지에는 또 다른 재앙인 산사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산불이 난 임야의 산사태 위험은 이전보다 최소 10배에서 많게는 200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시급한 대비책 마련의 신호다.이번 산불은 ‘괴물 산불’이라 불릴 만큼 강풍을 타고 무섭게 번졌고, 나무와 풀까지 모두 태워버렸다. 식생이 사라진 이 땅에 폭우가 쏟아진다면, 2023년 예천·영주·봉화 등에서 벌어진 `기록적인 폭우`와 `물 폭탄` 수준의 재난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산림이 우거진 상태에서도 2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지금의 황폐한 산지를 생각하면 그 피해는 감히 가늠조차 어렵다.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산사태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산림당국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배수로 확보, 공작물 설치 등 실질적인 사방사업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산불 복구를 둘러싸고 ‘긴급 벌목’과 ‘임도 확충’ 필요성에 대한 학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각각의 주장은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섣부른 결정보다는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다만 한 가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산림 내 수분 공급을 위한 사방댐, 자연 연못 등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산불 확산 지연과 진화에 매우 효과적인 대책으로 손꼽힌다.높은 기온과 건조한 기후 속에서 산불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물난리보다 무서운 것이 불`이라는 말처럼, 불로 인한 재해는 삶의 기반 자체를 앗아갈 수 있다.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산불이 잦은 지역이다. 이곳의 대응과 복구는 곧 전국 산불 대응의 교본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현명한 전략이 지금 이곳 경북에서부터 시작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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