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필국기자]지난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봉산문화회관 기획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는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 선정 작가전이다. 이 전시는 사면이 유리로 이뤄진 전시공간 ‘유리상자(Art Space)’에서 진행되며, 일반적인 미술관의 폐쇄적인 화이트 큐브와 달리 외부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열린 구조로 관람객들이 쉽게 예술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생활 속 예술 공간이다.봉산문화회관은 이 특별한 공간을 통해 작가의 실험적 영감을 자극하고, 도전적인 작업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다양한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공공예술 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참신한 작품이 지속적으로 소개될 수 있도록 지역에 제한 없이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예술가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열린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킬 것 이다.2025년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두 번째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Ⅱ에서 류은미 작가의 `무게 없는 무게`를 선보인다. 지난해, 작가는 언어라는 매개에 갇힌 다양한 감정을 시각화하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언어는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항상 어려웠다고 한다.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색하기 시작한 작가는, 녹음된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강약, 높낮이, 미세한 떨림 등이 묘사된 주파수를 관찰하게 된다. 그 후로 ‘엄마’라는 단어에 주목해, 다양한 나라의 ‘엄마’에 담긴 여러 사람의 감정을 목소리의 형태를 통해 시각화해 선보였다.작가는 주파수(frequency)에서 감정의 기복처럼 물결치는 형태를 발견하고, ‘목소리’를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확장해 감정의 미묘한 결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 ‘무게 없는 무게’는 그 연장선으로 언어의 한계에 주목하고, 목소리의 파형을 시각화하며 감정을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사면이 유리로 된 전시 공간에는 아홉 개의 돌조각 기둥이 공중에 매달려 있고, 그 아래 바닥에는 작은 자갈들이 모여 지름 약 3미터의 마법진 같은 원형 문양을 이루고 있다. 맑은 날에는 유리로 둘러싸인 전시장 안으로 자연광이 눈부시게 들어와, 흰색의 조각 기둥과 바닥에, 자갈에 부딪혀 강한 시각적 잔상을 남겼다. 언어는 보이지 않는 소리로 공기 중에 번져 나가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또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공중에 매달린 조각 기둥은 스티로폼으로 목소리의 파형을 본떠 제작한 후, 표면을 돌처럼 처리한 것이고, 바닥에 깔린 자갈은 ‘무게’를 상징하는 매개로 사용됐으며, ‘엄마’라는 음성파형을 프로그램을 통해 원형으로 배열했다. 작가는 언어와 감정이 연결되는 과정을 탐구하고, ‘돌’이라는 물리적 재료를 통해 언어와 감정에 형태와 무게를 부여한 것 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흰색을 사용해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며, ‘무게 없음’과 ‘무형’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이번 전시는 언어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목소리의 파형과 돌이라는 물질을 통해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한 작업입니다. 류은미 작가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 비가시적인 감정의 결을 시각적 조형으로 풀어냄으로써 보이지 않던 감정을 우리 앞에 꺼내 보인다. 일상 속 무심히 흘려보낸 목소리와 말이, 감정의 파동처럼 공간을 메우고 ‘무게’를 얻으며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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