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분 산에는 나무가 별로 없는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다. 그런 산들이 6.25 전쟁 직후 사방사업 5개년 계획과 1960년대의 산림 보호법을 비롯한 산림 녹화운동에 이어 치산 7개년 계획 추진, 1970년대의 국립공원과 그린벨트 지정 등으로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나의 어린 시절도 해마다 식목일이면 전교생이 산으로 가서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소중한 숲이 시뻘겋게 타들어 가고 있음에 내 가슴도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봄철의 건조한 날씨 탓에 자연발화로 산불이 났다고 추정하여 보도하는 뉴스 매체가 있기도 하지만 턱도 없는 소리다. 왜냐하면 예전 학창 시절에 원시인들이 불을 일으킬 때 사용하던 방식대로 불을 일으키기 위해서 나무로 마찰을 일으켜보았다. 손으로 반복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기에 활비비를 이용해서도 해보았지만, 나무의 발화점 온도인 250°C까지 올려 불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았다. 해서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서 나무들끼리 비벼져서 불이 났다고? 한마디로 말 같잖은 소리다. 어린 시절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쥐불놀이라 해서 못으로 구멍들을 뚫은 깡통에다가 송진과 나뭇가지를 넣어 불을 피워 돌리면서 온 마을의 골목길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곤 하였다. 그러다가 잘못하여 송진 불똥이 쌓아둔 볏짚에라도 떨어지면 날이면 불이 붙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도망가지 않고 바로 불을 꺼버렸다. 그리고 산소에 가서도 벌레를 죽인다면서 잔디에 불을 놓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불이 크게 번지지 않게 불을 꺼 가면서 놓았다. 이처럼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을 내지 않고 바로 불을 꺼버렸는데, 하물며 동네마다 산불 감시원들이 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눈에 불을 켜고서 감시하고 다니기에 마당의 조그마한 텃밭 부산물조차도 마음대로 태우지 못하는 세상에 산불이 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필요로 불을 피웠다손 치더라도 불을 끄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성인이 말이다. 불이 났다는 그것은 고의로 불을 지르고 그냥 내버려두었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그것도 전국적으로 남한에서만 수십 곳에서 불이 났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불이 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한식날도 성묘철도 아닌데 발화한 곳에서 내려온 성묘객이 차를 타고 달아났다고 하지를 않나? 나무가 탈 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보라색의 불꽃이 이는 것이 카메라에 잡히지를 않나? 산등성이에 폐기름과 인산칼슘과 같은 인화 물질들을 뿌려 놓은 것이 발견되지를 않나? 말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산불이 난 현장을 숱하게 보고 직접 가서 끄기도 했지만, 저절로 일어난 불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논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다가 실화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며 제대로 끄지 않은 담배꽁초 불씨나 아이들이 불장난하다가 일어난 것들이다. 자연발화라고? 아니다. 누군가에 의한 방화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울창한 숲을 가진 자유대한민국에 어떻게 하면 해악을 끼칠까 하는 간첩 같은 놈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짐작은 가지만 증거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어서 빨리 방화범들을 잡아 책임을 묻고 산불로 인하여 목숨을 잃은 이들과 피해당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으면 한다. 피해 복구가 속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해 재난 예비비의 유례없는 삭감으로 제대로 될지가 걱정이다. 산불로 인한 피해 복구와 지원을 위한 추경이 조속히 이루어져 하루 빠른 원상회복이 되도록 관계 기관과 인사들은 최선을 다해 주기를 촉구한다. 어린 시절 심어 놓은 나무들이 화마와 같은 산불에 타는 모습을 해마다 볼 때면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내 가슴도 다 타들어 가는 듯하며 마음이 아리고 아프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불 재난이 더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불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준비해 두어야 한다. 진화용 차량과 장비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임도의 충분한 건설, 일정한 거리마다 진화 용수를 위한 소형 댐과 저수지 조성, 진화용 헬기의 충분한 확보와 물 자루의 대형화, 조기 진화를 위한 장비 개발과 인력 채용지원을 위한 충분한 예산의 확보를 제안해 본다. 더하여 실화를 한 자나 방화범은 물론이고 자연 훼손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산불 진화를 위한 준비를 방해하고 반대한 자들에게도 엄격한 처벌을 하도록 법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산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고 모두 진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으니 겨우 마음이 놓이면서도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해서 앞으로는 완벽한 대책 강구와 만반의 준비로 올해와 같이 온 산이 타들어 가 이재민이 발생하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어처구니없이 잃는 참담하고도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 작은 산불마저도 나지 않아야 한다.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이기 때문이다. 산불로 인한 이재민분들과 유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삼가 조의를 드리면서 하루 빠른 일상 회복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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