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의성에서 발화해 경북 북동부권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이번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괴물 산불’이라 불릴 정도로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아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안동과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의 산불 피해 면적은 축구장 3245개(4만5157ha)에 달하며, 27명이 사망했다.
이는 역대 최단기간에 가장 넓은 피해 면적과 최다 인명 피해를 기록한 산불로 남게 됐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산불 피해 산림은 풀과 나무가 사라진 민둥산이 되어 적은 비에도 쉽게 토사가 무너져 내리는 등 대형 산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산림 당국도 지난 1일 산불 피해를 입은 산이 일반 산림보다 산사태에 200%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23년 6~7월에는 산불 피해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천과 봉화, 영주, 안동 등 경북 북부권 142ha 산림에서 산사태가 발생, 수많은 주택과 농경지가 유실되었으며 21명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까지 생겨났다.
이는 태풍 카눈과 극한 호우로 인해 발생했으며, 해당 피해지역의 복구는 1년 6개월이 지난 금년 1월에서야 완료됐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안동과 의성 등 5개 산불 피해지역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특히 태풍과 홍수 피해가 아니더라도 최근 영남권에는 4~5월 게릴라성 폭우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2차 피해 대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피해 주민의 안전한 지역 이주를 지원하고 산불 피해목과 바위 등 주변 환경을 활용한 토사 유출 방지 대책 및 계곡물 흐름 조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최근 포항·경주·고령·성주·안동 등 경북 지역에 솔수염하늘소로 인한 재선충이 창궐, 피해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재선충 확산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솔수염하늘소는 죽은 나무에 알을 낳는다. 이번 산불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솔수염하늘소가의 번식 환경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크다. 과거 산불 사례를 살펴봐도 산불 발생 3년을 전후해 솔수염하늘소 등 재선충 매개 곤충 개체 수가 최대 30여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산불 피해지역 재선충 방제 대책이 미흡할 경우, 경북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재선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산불로 인적 피해(사망자·부상자)뿐만 아니라 주택, 가축·축사, 생업의 터전인 농지·농기계, 농기계, 과수원, 사업장 등 생업의 터전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송이버섯과 산나물 등 산림이 제공하는 각종 수익원까지 소실되면서 피해 주민들의 생계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피해 주민 상당수가 입은 옷 그대로 놀란 가슴 부여잡고 집을 뛰쳐나왔고, 노년층이 대부분이라 자력으로 재난 극복이 어려운 만큼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청송을 거쳐 영덕 해안에서야 멈춘 이번 산불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어떠한 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예방만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특히 이번 산불은 산림 파괴와 홍수·산사태 위험 증가, 재선충 창궐, 인명·재산적 피해 등 복합적인 문제를 초래하며, 대내외적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경북 북부권에 더 큰 부담을 안겼다.
이에 따라 국회는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함께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산불로 인한 재난이 국가적 재앙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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