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성에서 발생해 경북 북동부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괴물 산불’은 우리에게 산림 관리와 재난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림에 성공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이다.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우리나라 산림녹화는 1960년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으며, 민관이 합심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단시간 내 산림녹화에 성공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2023년 우리나라 산림 정책 기록물이 세계 산림 복구와 조림이 필요한 나라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세계기록유산(MOW) 등재를 추진했다.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산림녹화기록물’은 올해 상반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의 최종 심사를 거쳐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이렇듯 60여 년을 걸쳐 민관이 합심해 조성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산림이 잿더미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특히 지난 22일 발생한 전국 동시다발 산불은 울진을 거쳐 북쪽으로는 태백산맥, 남쪽으로는 지리산에까지 확대될 위험이 있었으나 가까스로 진화되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의 산불피해 현황에 따르면 산불의 주요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담뱃불 등이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는 입산자와 주변 지역 주민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도 국가적 재앙을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10년간(2015~ 2024년) 전국적으로 연평균 546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평균 4003ha의 산림이 소실됐다. 경북의 경우, 같은 기간 연평균 약 5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2022년에는 70건의 산불이 발생해 1200ha의 산림이 소실되었으며, 2023년에는 55건의 산불로 900ha의 피해가 발생했다. ‘괴물 산불’이라 불릴 정도로 경북 북동부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 이번 산불은 지난 1995년 통계 이래 우리나라 역대 최대 피해 면적과 최다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사망자는 26명에 달했으며, 피해지역은 의성과 안동 등 5개 시군, 피해 면적은 축구장 6만3245개 크기(4만5157ha), 순간 최대 풍속은 27m, 산불 최대 시간당 이동속도는 8.2km였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기후 변화와 건조한 기후 등이 맞물려 산불 발생 빈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으로, 경북의 산불 예방과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를 위해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산불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조기 감지 시스템 구축, 드론을 활용한 순찰과 감시가 산불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산불은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경북 지역은 계곡과 절벽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험준한 산악 지형이 많은 만큼 산악 지형에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산불 진화용 초대형헬기 및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수송기 등 특수 소방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 동시에, 전문적인 산불 진화 요원을 양성하고,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대응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망자 장례 절차와 3369채의 주택 소실에 따른 이재민들의 보호 대책 마련, 산불을 포함한 재난 예비비 확보에 달렸다. 올해 재난 예비비 50%를 삭감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재난·민생 위기 대응을 위한 10조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요구에 협력해 이재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재난 대응 추경을 대통령 탄핵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와 연계해 협상하려 든다면, 이재명 대표 살리기 위해 국민의 아픔을 외면한 정당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 게다가 산불 피해지역인 안동(자란 곳)과 영양(태어난 곳)은 이재명 대표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