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5개 지역을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이 6일 만에 진화됐다.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처음 산불이 발생한 지 149시간 여만이다. 이번 산불로 화마가 남긴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어 우리모두의 안타까움과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경북지역 5개 시군의 경우 이번 불로 산불영향구역은 4만5157㏊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의 국토가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면적(2만3794ha)을 훌쩍 뛰어 넘어선 수치다. 특히 이번 산불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 인명 피해는 사망 26명, 부상 33명 등 59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경북재난안전대책본부(30일 현재)에 따르면 농작물 558㏊, 주택 3369동, 사찰 5개소, 고택 12개소, 공장 1개소, 축사 51동, 시설하우스 281동, 농기계 1369대, 어선 19척, 양식장 6개소 등 엄청난 재난피해를 입었다.아울러 주민 3만4816명이 긴급 대피했고, 3773명은 아직 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다.대피소 말고는 갈 곳이 없는 이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화마를 피해 단출한 짐만 챙겨 군민회관과 체육관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 온 이재민들은 며칠째 차가운 바닥에 이불을 깔고 한데 뒤엉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루빨리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거(住居) 마련이다. 지난 27일 이철우 도지사는 간부회의를 통해 주택 전소 등 재산 피해가 계속됨에 따라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주거 대책을 철저히 마련토록 특별지시했다. 이 지사는 “지난 수해 상황과 마찬가지로 선진국형 이재민 대책을 마련하고 현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살펴서 대처하고 지원하는 현장형 행정을 펼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숙식이 편안한 호텔급 숙박시설로 최대한 안내하는 등 선진국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바로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또 “지난 울진산불과 경북 북부권 수해 발생 때도 선진국형 이재민 주거 대책을 마련했었다”면서 “경북도는 앞으로의 재난 발생 때 선진국형 이재민 주거 대책을 적극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산불 진화와 이재민 지원이 마무리되는 대로 산불 대응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위험지수는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 시 8.6%, 2.0도 오르면 13.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도 우리 진화 시스템은 달라진 게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특히 장비와 인력 확충이 우선이다.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추락한 헬기는 30년 된 노후 기종이었고, 조종사는 73세였다. 장비와 인력의 노후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산불 진화의 핵심은 헬기인데 이번에 동원된 헬기 대부분은 담수량 1000~2700ℓ 규모의 중소형 기종이다.작은 헬기로는 역부족으로 초동진화용 2만~3만ℓ이상의 대형 헬기를 확충해야 한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불이 났을 때 초반에 2만~3만 리터 이상 담는 수송기를 동원해야 진화할 수 있다. 불이 커지고 난 다음 적은 용량으로 끄려고 하면 더 번지고 끄기 힘들다. 기재부는 반드시 예산을 지원해 대형 수송기 도입 등 선진화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또 지금처럼 지역 고령층을 임시로 고용한 산불진화대원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산불특수진화대원을 늘리고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헬기가 못 뜨는 야간에는 소방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차량용 산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산 1㏊ 당 임도는 4m로 독일 54m, 일본 24m에 비해 현저히 적다. 따라서 임도가 있으면 진화 효율이 5배 늘어난다니 이를 최대한 늘려야 할 것이다. 2022년 경북 울진 산불 때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임도 덕분이었다고 한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이제는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이제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국가적 재난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한 만큼 정부와 함께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산불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새로운 대응 시스템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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