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을 시작으로 급속히 번져나간 대형 산불에 대해 ‘괴물 산불’, ‘단군 이래 최대의 산불’이란 이름이 붙었다. 산불 확산 속도는 물론 피해 규모도 과거 사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괴물 산불은 강풍의 영향을 받아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봉화까지 급속도로 번져나가며, 인명 피해와 피해 면적을 계속 늘여가고 있다. 역대 가장 큰 피해 면적을 기록한 2000년 산불과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된 2022년 산불보다 인명 피해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2000년 강원도 강릉과 동해·삼척·고성의 임야를 태운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명이었으며, 2022년 경북 울진과 강원도 강릉·동해·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에서는 사망자가 없었다. 괴물 산불 발생 6일만인 26일 오후 4시 기준 경북지역에서만 18명의 지역 주민이 사망했다. 같은 날 낮 12시쯤 의성군 신평명 교안리 일대에서 산불 진화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6개 지역에는 이미 대피령이 내려졌고, 화염에 둘러싸인 시가지는 짙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영주와 예천 등 인접한 지역의 도심도 연기와 미세먼지로 가득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산불이 급속히 확산된 원인은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 때문이며, 마른 나무와 낙엽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로서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불길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며, 산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이에 따라 27일 예상되는 영남지역 비 소식에 경북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의성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 강수량은 5~10mm 미만으로 에상된다. 이는 산불을 진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더 큰 문제는 건조 특보와 강풍 특보가 겹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번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이번 산불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전국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에 소방 인력과 장비가 분산되면서 초동 대처가 늦어졌고, 강풍을 타고 불길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약 500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46%가 강한 바람이 부는 3~4월에 집중됐다. 산불의 주요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37%), 쓰레기 소각(15%), 논밭두렁 소각(13%) 등으로 전체 산불의 65%가 사람들의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불이 빈번한 시기에는 국민 계몽과 지역의 점검 및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특히 이번 의성 산불도 성묘객의 쓰레기 소각으로 촉발된 만큼, 국민 모두는 작은 부주의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의성 산불 현장에 진화대원과 이재민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계속되는 산불 진화에 녹초가 된 소방관과 입은 옷 한 벌로 집을 빠져나온 이재민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구호품, 숙소는 작은 위로라도 될 것이다. 산림 당국도 산불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재난임을 인식했다면 명확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송진을 함유한 소나무 등 침엽수 위주의 조림보다 산불에 강한 수종을 선택해 식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이 운용하는 산불진화용 수송기와 대형 헬기 등의 적절한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동시 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초기 대응이 적절했다면 ‘괴물 산불’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국가적 재앙으로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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