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정부의 급격한 관세 인상 정책으로 세계 철강 수출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컨트롤타워 부재까지 겹쳐 해결 방안 모색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24일 주미대사를 역임한 한덕수 총리가 돌아와 작게나마 위안을 삼고 있지만 총리 역시도 대행에 불과, 국정 책임자의 빠른 복귀가 더없이 아쉬운 시국이다. 미국 정부의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 폭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 1기 때인 지난 2018년 3월 미 행정부는 미국의 제조업과 국가안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전략 물자’인 철강산업이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무너지게 할 수 없다는 미국 내 여론 때문이다.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인한 미국의 피해를 막겠다며 8년 전 펼친 정책을 다시금 끌어온 것은 집권 1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철강산업 붕괴 우려는 최근들어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미국 내 경제 관련 비영리 단체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0여 년 전부터 철강산업의 심각성을 인식,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인상 등 다양한 대외 정책들을 펼쳐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120년 역사의 미국 최대 철강회사인 ‘US스틸’마저 도산 위기에 내몰리자 트럼프 정부가 일본을 비롯한 해외 매각 원천 봉쇄에 나섰다.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산업만큼은 절대 외국에 내줘서는 안 된다는 미 의회와 기업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살펴보더라도 관세는 국내 산업 보호에 일시적 효과는 얻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게다가 관세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 60년 철강산업 보호 정책들이 오히려 제조업 전반을 무너뜨리는 폭탄으로 작용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국내 철강산업의 중요성만큼이나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관세 등 일방적 보호조치만으로 산업 육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철강 점유율 1위 업체는 신생 업체인 ‘뉴코어’다. 현대화와 기술혁신을 이뤄낸 기업으로 관세 등 무역장벽 제거를 미 정부에 호소할 만큼 강인한 기업 체질을 구축하고 있다. 오늘의 미국 철강산업이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기업들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쇄신을 이뤄내 거친 글로벌 풍파 속에서도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기업들이 돼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미국 언론이 산업별(품목별) 관세가 아닌 특정 국가를 겨냥한 상호관세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보도를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특정 제품을 겨냥한 품목별 관세 대신,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에 집중적으로 관세를 매길 것이란 의미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흑자액은 658억 달러로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에 이은 8위다. 미국 내 철강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지만, 그 만큼 정부의 역할이 상당 부분 남아 있음을 알 수 있게 됐다. 미국이 법을 변경해 가면서까지 미 군함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려 함도 미국과 한국이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국정책임자의 빠른 복귀와 대미 협상력 발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