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복귀해 운신이 자유로워지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정치권에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다.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던 국민의힘은 내란죄 수사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다시 탄핵 반대 기류가 강해졌다. 민주당은 구속취소 결정이 헌재의 선고 연기 또는 탄핵 결정에 작은 영향이라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국민의힘은 다시 윤 대통령에 밀착하고 있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신동욱 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두 사람과 차를 마시면서 `당을 잘 운영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했다"며 "이밖에 건강 문제,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소회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윤 대통령 석방 당일에는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서울구치소를 찾았고, 윤 대통령은 이날 권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과 통화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보수층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석방 파급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때가 되면 (윤 대통령을) 뵐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국민의힘은 이번 구속취소 결정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법원이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공수처와 검찰이 구속기간을 나눠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탄핵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거나 아예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여권내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다시 커지면서 중도층을 잡기 위한 국민의힘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 교체`와 `정권 연장`은 50.4% 대 44.0%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중도층 내에서는 정권 교체론(60.4%)이 정권 연장론(36.4%)을 크게 앞섰다.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조기대선이 결정되면 여당은 파면된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석방된 상태에서 강성 지지층과 한목소리를 낼 경우 여당의 중도층 공략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다.민주당은 조속한 탄핵 선고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이를 거부할 시 탄핵을 추진한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확실한 대안은 아니다.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모든 문제를 끝낼 단 하나의 해법이 윤 대통령 파면이다. 이를 위해 이재명 대표는 지금까지 이어온 통합 행보를 잠시 쉬어가고, 잇따른 `우클릭` 정책 제시도 탄핵 선고 이후로 미룰 방침이다.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이 헌법질서를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파면할 이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며 "국가의 혼란과 국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신속한 결정을 국민과 함께 요청한다"고 말했다.국민의힘의 `탄핵 변론 재개, 탄핵 각하` 주장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나 당내에서는 `혹시나, 만약에`라는 위기감이 감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탄핵 찬성 여론이 높지만 윤 대통령의 석방이 탄핵심판에서 `반대 3명`을 끌어내 기각될 작은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조속한 헌재 선고는 이 대표의 대법원 선고와도 맞닿아 있다. 오는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는 게 기정사실이다. 이 경우 늦어도 6월쯤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만약 헌재의 `파면` 선고가 늦어지면 조기 대선도 밀리면서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형`은 확정돼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한 민주당 관계자는 "헌재는 사법의 영역이지만 굉장히 정치적인 곳이고 정무적인 판단을 하는 곳"이라며 "우리로서는 윤석열의 석방이 국민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이 시그널이 헌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를 원천 차단해야 하므로 조속한 선고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