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대마도 히타카쓰항까지는 54km로서 배를타고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필자는 오전 9시에 탑승해서 11시경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나라 지방도시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항구식당에서 우동을 시켜먹고 택시를 타고 가까이 있는 벽력(霹靂)신사에 먼저갔다. 왼쪽도로로 통행하는 택시를 타고 도착한 신사는 가슴에 고요한 폭풍을 일으킬 만큼 아득히 잃어버린 고향에 찾아온 느낌을 줬다. 택시에 내려서 우거진 삼목사이를 100여m 걸어가니 고요한 바다가 나오고 양옆으로 나무를 배경으로 바위앞에 자그마한 사당이 나온다. 사당 앞 으로 돌솟대가 양쪽에 세워져 있고 불과 5m앞에 축대가있으며 그아래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축대높이는 1.5m정도이며 신사건물 주위는 20평 정도로 좁지만 옆과 뒤에는 나무와 바위가 감싸안고 바다 멀리로는 또 다른 육지가 가로질러있다. 그 사이로 파란 바닷물이 잠겨있고 신사앞의 돌위에 앉아있으면 찰랑거리는 물결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나무 돌 솟대 바다 하늘만이 늦겨울 신사의 고요를 지키고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사당의 작은문은 닫혀있지만 손으로 문고리를 살짝이 당기니 열린다. 위패같은 것이 있어서 읽어보니 무슨 무슨 신위라고 적혀있다. 사람의 명패가 아니고 산 바다 같은 자연물을 글자로 새기고 거기다 절하고 소원하는 것이다. 이국땅의 고요한 분위기에 젖어 가만히 앉아 반시간이나 보냈다. 마치 어린시절 떠나온 고향을 얼떨결에 찾아온 듯한 포근함과 내밀함이 가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팽개쳐버린 고대의 문화랄까 신앙이랄까 그러한 원형을 일본이라는 섬나라에서 새삼 발견한 기분이다. 흔히 신사라고하면 야스쿠니신사나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 이식한 제국주의 신사를 떠올릴 수 있지만 원래 신사개념은 제국주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을 숭상하고 위인을 기리는 차원의 사당을 세우고 그것을 기점으로 심신을 정화하고 신성을 지키는 곳이다. 필자는 벽력신사의 아련한 기운을 가슴에 담고 2박 3일간 대마도 전역을 순례하고 다녔다. 첫날은 민박을 하고 이튿날 민박주인에게 가이드를 부탁하니 흔쾌히 응해줬다. 1일민박과 아침식사비용은 합해서 우리돈으로 8만원 정도 였고 1만엔을 더 지급하고 자가용운전과 가이드까지 맡아주기로 했다. 예전의 일본과 한국의경제적 격차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네소 고분군을 살펴보니 함창오봉산의 고분형태와 비슷하다. 돌방무덤에 토기와 동검 등이 보이며 다른 점이라면 산등성이 아니라 평지에 무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네마치 민속박물관에 전시돼있는 지게나 가래 등은 내고향 영덕에서 사용하던 것과 흡사하며 동경이나 청동검 역시 상주박물관에 전시된 것과 동일하다. 필자는 좁은길을 2시간 달려 한시간여 산길을 걸으니 가네자와 산성이 나왔다. 삼국통일 전쟁시 나당연합군에게 패한 일본군이 이곳에서 연합군의 침입을 대비해 쌓았다는 성인데 문경의 고모산성과 흡사하다. 발 아래 바다가 보이고 섬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에 나당연합군을 대비해 쌓았다는 한국형의 산성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민박주인의 안내로 원통사라는 사찰앞에 다가가서 안내문을 살펴보니 한글간판이 있고 거기에는 조선통신사가 수십번 이곳에 들러서 정세를 살핀 뒤 에도성으로 들어갔다는 기록이다. 대마도는 일본본토보다도 오히려 부산이 가까워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부산을 보면 아파트가 보일정도로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와 확연히 구별되는 문화는 신사문화인 것 같다. 대부분 산악지대로써 논밭을 거의 볼수 없을 만큼 척박한 곳이지만 곳곳에 정갈한 신사가 안치돼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와 다른문화를 일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낮설지 않고 오히려 아득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들과 우리가 결코 남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북방민족과의 잦은 전란으로 상실한 우리 고유문화가 바다건너에서 오롯이 정착돼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자연속에서 신성을 찾고 심신을 정화하는 대마도 사람들에게서 내 할아버지들께서 살아가시던 모습을 보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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