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이태헌기자]대구상공회의소는 최근 대구지역 제조기업 187개사를 대상으로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동향 및 애로사항’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 경영에 부담된다는 기업이 82.3%에 달했다. 특히, ‘크게 부담된다’와 ‘심각한 수준이다’라는 응답도 31.5%에 달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에너지 비용이 10% 이상 증가했다는 기업도 33.7%에 달했다. 이 중 3.7%는 30% 이상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업종별로는 화학, 의료·바이오, 섬유,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순으로 에너지 비용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3년 11월, 평균 4.9% 인상된데 이어 2024년 10월에도 평균 9.7% 인상됐다. 대구지역 산업용 도시가스요금도 2024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3.1% 인상됐으며, 유가 또한 2024년 말 대비 3.8%(두바이유 기준) 인상되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비용 증가에 대한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 ‘뚜렷한 대응 전략이 없다’는 응답이 39.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납품 단가 반영(27.3%) △핵심 설비 제외한 가동 최소화(26.7%) △에너지 고효율 설비로 교체(23.0%) 등의 순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비용 절감의 주요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는 ‘지속적인 에너지 요금 인상’(72.2%)이 가장 많았으며, ‘설비 교체 비용 부담’(32.1%), ‘공정 특성상 절감 한계’(27.8%)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모든 업종에서 ‘지속적인 요금 인상’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으며, 다음 애로사항으로 기계·금속과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설비 교체 비용 부담’을, 자동차부품 업종은 ‘공정 특성상 절감 한계’, 섬유 업종에서는 ‘노후화된 설비로 인한 에너지 과다 사용’으로 답했다.
제조업체들의 에너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응답기업의 68.4%는 정부의 에너지 비용 절감 지원 정책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정부 지원 정책 정보 부족(32.6%) △자사에 적합한 지원책 부재(29.4%) △까다로운 신청 절차(22.5%) 등을 들었다.
지역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정부에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한시적 면제 또는 조기 인하(25.1%)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 신설(20.4%) △에너지 고효율 설비 교체 비용 지원(18.5%) 등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응답기업의 15.0%에 불과했다. 그 중 태양광이 82.1%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폐기물 에너지(10.7%), 지열(7.1%) 순이었다. 재생에너지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로는 ‘초기 투자 비용 부담’(45.3%)이 가장 많았으며, ‘기존 에너지원보다 낮은 경제성’(15.7%), ‘안정적인 공급 어려움’(15.1%), ‘공간 및 입지 제한’(14.5%) 등이 뒤를 이었다.
절곡·절단·용접 전문기업 A사는 “매달 전기요금을 5000만원 가까이 내고 있는데,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ESS(에너지 저장장치) 설치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요금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기 요금 차등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판지 제조기업 B사는 “24시간 라인을 가동하는 업종 특성상 요금 절감이 사실상 어렵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방안이 유일한데 이에 대한 정부 지원금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구상의 이상길 상근부회장은 “최근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기업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의 원가 부담 완화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요금제도 개선, 노후 설비 교체, 맞춤형 컨설팅 제공,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확대, 지원 정책 홍보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