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 여야는 4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를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을 국정협의회 재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정국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이다.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을 비롯해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마련된 박수영 의원 단식 농성장을 찾아 "마 후보자 임명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송 의원은 "단식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호소"라며 "최 대행은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한민국과 헌법을 수호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기재위 여당 간사인 박 의원은 지난 2일부터 마 후보자 임명 반대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앞서 최 대행은 이날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마 후보자 임명 문제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헌법재판소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렸지만 국무위원들에게 먼저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지난해 말 최 대행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중 마 후보자를 제외한 두 명만 임명했을 때도 국무위원 사이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독선적 결정을 내렸다며 반발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관해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복귀한 뒤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며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힌 것도 최 대행에게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법조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한 총리에 관한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총리는 최소한 국회 인준이라도 받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경제부총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부총리가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여당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인 마 후보자마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아울러 변론이 모두 끝나고 선고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 탄핵심판 결과를 두고도 여론이 극심하게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하는 중이다.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재위 위원 기자회견에서 "최 대행에게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안 나왔다"며 "`대행의 대행`이 이런 무리한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반대 입장에 서 있는 민주당은 마 후보자를 당장 임명하라며 최 대행을 몰아붙이고 있다.민주당은 지난달 28일에 열릴 예정이던 여·야·정 국정협의회 시작 25분 전에 마 후보자 미임명을 문제 삼으며 보이콧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논의할 필요 없이 즉시 임명하는 되는 일"이라며 "헌재가 만장일치로 위헌으로 확인했는데 무슨 논의가 더 필요한가"라고 밝혔다.안규백 의원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최 대행이 더 이상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헌재에서 나온 결정에 따르는 게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