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국민의힘이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을 통한 학교 주변 순찰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기승전 경찰"이냐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 방호가 현재 SPO의 역할과 맞지 않을뿐더러 증원 대책과 명확한 원인 진단 없이 경찰에만 책임을 가중한다는 지적이다.20일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는 최근 정학섭 부산경찰청 직장협의회장 명의로 "기승전 경찰?"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정 회장은 "어떻게 대한민국은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그 해결책은 경찰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에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학교에 경찰관을 배치해야 하는 논리라면 경찰관을 배치해야 하는 곳은 한도 끝도 없을 것"이라고 최근 발의된 법안에 대해 비판했다.또 "국가는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그에 걸맞은 권한을 주고 보상과 대우를 해주는 것이 지극히 상식이지만 책임만 늘어나고 권한과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해당 게시글에는 4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경찰관들은 "문제의 본질이 제대로 뭔지 알고 대책을 세워야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보로밖에 안 보인다", "교육청 소속 사법경찰관을 새로 뽑아라", "학교전담경찰관을 학교마다 배치할 정도 인원이 있냐",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전담경찰관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 뻔하다" 등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경찰청 소속 게시자들이 "기승전경 경찰국가, 경찰 배치가 최선인가" 등 비슷한 취지의 글들을 올리고 있다.당정은 지난 17일 SPO 증원을 통한 학교 주변 순찰 강화 방안을 내놓았으며, 교육부는 18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하늘이법`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SPO를 증원해 학교 안전을 점검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SPO를 학교에 의무 배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경찰청은 이 같은 협의 과정에서 빠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SPO 관련 당정 협의 발표에 경찰청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청에 따르면 SPO 정원은 1127명으로, 1인당 학교 10.7개를 담당하고 있다.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는 6183개에 달한다. 모든 초등학교에 SPO를 배치하려면 최소한 현재 정원의 5배에 달하는 5000명이 더 필요한 셈이다.경찰청 관계자는 "순찰 및 범죄 예방 안전 조치를 의무화할 경우 2인 1조로 움직이는 경찰 특성상 전국 초등학교 6100여 곳에 1만 2000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건데 공무원 정원 효율화 기조 아래에서 경찰관을 새로 뽑기는 어려울 것이고, 다른 부서에 있는 경찰을 빼 와 증원을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경찰 내부에선 SPO가 학교 방호 업무를 맡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SPO 관련 업무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는 "SPO는 학교 폭력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에서 경찰이 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이고, 순찰이 아닌 담당 학교에 대한 학교 폭력 예방 및 선도 활동, 피해자 보호 활동을 하는 개념"이라며 "학교의 모든 범죄에 대응하거나 학교에 상주하는 건 SPO의 조직 체계와 맞지 않다"고 짚었다.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SPO가 생길 때부터 범죄 예방 및 범인 검거가 주 임무인 경찰 역할에 학교전담이라는 역할이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항상 이런 일이 생길 때 책임지지 못할 만큼 일을 벌여놓고 일이 벌어지면 경찰 책임이 된다는 내부 비판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경찰청 측은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SPO 증원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SPO를 일부 증원하고, 퇴직 경찰을 활용한 `배움터지킴이`를 확충해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