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여 년 전 주택가 입지 좋은 곳이라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유치원, 어린이집이 이젠 사양사업으로 전락, 줄 폐업을 하고 있다. 당시 수억원의 프리미엄까지 붙어 매매될 정도였는데 지금은 몇몇 영유아 시설을 제외하고는 재원 중인 어린아이도 소수에 불과하다. 급기야 중산층 학부모들에게 인기 높아 대기표까지 받아야 했던 병설유치원마저도, 최근 여러 시설이 한꺼번에 폐원한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점차 노인요양시설로 변하고 있다. (시대상을 외면할 수 없지만) 젊은이들이 출산은 물론 결혼마저 기피해 나온 결과라면 의식 개혁 및 생각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성세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에겐 가임기가 한정돼 있어 적정한 시점에 출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대 단절이 이뤄진다. 세대 단절은 곧 지역 몰락 및 국가 소멸로 이어지기에 중대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때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의 노력이 돋보인다. 경북도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저출산 현상을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선정하고 전쟁을 선포했다. 지역의 야당 정치인은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성스러운 일에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했다’며 맹비난했지만, 그만큼 도민 모두가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 한마음으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을 당부한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경북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출생과의 전쟁을 위해 150개 과제(50개 추가)를 선정하고 1.8배 늘어난 3578억원을 투입, 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발굴해 신속히 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북도가 ‘저출생과의 전쟁 시즌2’를 맞아 제시한 정책은 현재보다 좀 더 일찍 결혼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있다. 늦은 결혼은 가임기가 짧아 환경적으로도 다둥이 가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20대에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세탁기, 냉장고, 침대 등 가전제품 구입 비용 100만원을 지원한다. 도비와 군비 300억원이 투입되며, 300가구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초보 엄마·아빠를 위한 책 선물, 어촌마을 태교 여행, 예비 엄마·아빠 행복 가족여행도 추진해 출산 전부터 자녀로 인한 행복감을 만끽하게 할 계획이다. 또 이를 지원하는 방안의 하나로 경북도는 17일 더 피부에 와 닿는 저출생 극복 정책 마련 및 150개 실행 과제의 현장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저출생 극복 도민 모니터링단’ 모집에 들어갔다. ‘저출생 극복 도민 모니터링단’ 발족은 정책 수요자인 도민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하고, 3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저출생 사업을 도민의 시선에서 평가하기 위해서다. 도민 모니터링단은 △저출생 극복 150대 과제에 대한 정책 인식 조사 △현장 모니터링을 통한 정책 평가 △신규 저출생 극복 정책 제안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저출산 극복은 한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전반이 고민해야 할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경북도가 ‘현장에 답이 있다’란 말에 걸맞게 ‘책상’이 아닌 지원받을 대상자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 그들의 필요를 듣고 곧바로 보강하겠다고 밝힌 바는 크게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경북도의 이러한 노력이 부지런한 농부의 호미가 되어 전국에 본보기가 되는 정책들로 인정받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