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을 계기로 정신 질환 등 교직 수행이 불가능한 `위험 교사`를 막기 위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사안의 시급성에 쫓겨 섣부른 대책으로 교단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낙인찍기`와 같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가칭 `하늘이법` 마련과 관련해 주기적으로 정신 건강 진단을 실시해 `위험 교사`를 걸러내는 방안이 논의된다. 신규 임용 때 정신 건강 진단을 해 위험 교사를 걸러내고, 재직 교사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심리검사를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교사는 임용 때 `교직 적성 심층 면접`을 하고 마약 검사도 받지만 정신 건강 진단을 따로 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공무원 직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왜 교사만 강제하냐"는 것이다. 의료직 등 다른 직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신규 임용 때 전문적인 정신 건강 진단을 통해 `위험 교사`로 분류될 수 있는 후보를 거를 필요가 있다"면서도 "교원만이 아니라 청소년과 고령자, 환자를 포함해 자기방어가 불가능한 사람을 대하는 모든 직업에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가장 큰 논란은 현직 교사에 대한 주기적 검사다. 교사는 직업적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가 일반직 공무원보다 2.16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높다.
위험 교사를 걸러내기 위해 주기적인 검사를 의무화했을 때 형평성 문제와 함께 실효성도 지적된다. 지난해 4월 기준 전체 유·초·중등교사는 50만9242명이다. 초등학교만 해도 교사 수가 19만6598명에 달한다.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박 교수는 "신규 교사도 마찬가지이고, 검사 비용도 국가가 부담하지 않고 하라고 하면 저항만 커진다"며 "국가가 부담한다고 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했다.전문가 진단이 아니라 검사 도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리검사 도구는 기본적으로 설문 형태인 탓이다. 교육부가 최근 개발해 온라인으로 보급하려는 교원 맞춤형 심리검사 도구도 마찬가지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에서는 재학 중 의무적으로 인·적성검사를 받게 하지만 탈락하는 학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직접적인 동기가 우울증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교사가 평소 우울증을 앓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직접적 범죄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이상동기범죄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교육부 관계자는 "문제 제기가 있어 추가로 검토·논의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차원이지 본격적인 검토 단계는 아니다"며 "만약 하게 된다고 했을 때 교원 맞춤형 심리검사 도구를 활용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박 교수는 "근무 과정 중 정신 질환이 발생하면 치료와 도움을 받기보다 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교원 사기는 저하된다"며 "참사를 예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해당 교사를 돕기 위함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