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지난해 체불 임금이 2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체불액 70% 이상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체불 피해 근로자도 10명 중 8명이 30인 미만 사업장 소속으로 나타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관계 당국의 집중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박해철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2조44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 수도 역대 최대치인 28만3212명에 달했다.기업 규모별 임금체불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 근로자 수는 13만500명, 체불 금액은 6658억8500만원으로 나타났다. 5~29인 사업장의 체불 금액이 7932억4200만원, 피해 근로자 9만7510명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소규모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 근로자 수(비중)는 최근 5년간 계속 80%를 웃돌고 있다. 연도별로 △2020년 24만1770명(82%) △2021년 19만8585명(80.3%) △2022년 19만2685명(81.1%) △2023년 23만9명(83.5%) △2024년 22만8110명(80.5%) 등이다.같은 기간 임금체불액 규모(비중)도 △2020년 1조1673억(74%) △2021년 1조5억원(74%) △2022년 9960억원(74%) △2023년 1조3217억원(74%) △2024년 1조4591억원(71.4%)으로 전체의 70%대에 달했다.임금체불이 30명 미만 영세사업장에 집중된 이유로는 경기 침체, 인사노무관리 역량 부족 등이 꼽힌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영세사업장의 경영난이 악화하고, 최저임금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당장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식비·주거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최악의 경우 가정 경제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실제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은 임금 문제를 최우선 고충으로 꼽았다. 민주노총의 지난해 노동 상담 통계분석(1~11월 7404건)에 따르면, 상담을 요청한 근로자 절반 이상(52.3%)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무자였다. 상담 유형별로는 임금 상담 28.1%로 가장 많았다.고용부는 올해 임금체불 대응 기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노무관리 고위험 사업장 선별 시스템을 구축해 건설업 등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지급 능력이 있음에도 체불한 악덕 사업주는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 개선을 위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임금체불에 대한 양형 상향을 계속 요청할 계획이다.다만 일각에선 임금체불이 중소기업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라, 중기부와 법무부 등 관계 부처가 역량을 모아 범정부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박홍배 의원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임금체불액 절반 이상이 상대적으로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엄정한 법적 조치를 추진하는 등 제도적 대책 마련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임금체불 해소를 위해선 형사처벌 강화가 답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반의사불벌죄` 조항 전면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를 뜻한다.그동안 사업주들이 체불액 일부만 주고 근로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악용 사례가 발생해왔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반의사불벌 조항에 대한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오는 10월부터는 임금체불로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가 또다시 임금을 체불하게 될 경우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게 되지만, 노동계에서는 조건부가 아닌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민주노총은 "매년 체불임금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임금체불에 대한 사업주의 범죄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임금체불은 범죄이며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받게 된다는 인식을 사업주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