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무르시 찬반 세력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미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은 쿠데타가 일어난 국가에는 원조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법 규정 때문에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은 채 이집트 내 어느 세력의 손도 들어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군부가 내세운 과도정부가 정국 수습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무르시 찬반 세력은 더욱 확연하게 나뉘어 유혈충돌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난감한 처지는 미 행정부의 대(對) 이집트 대응 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으로 한층 더 분명해 지는 모습이다. 이집트 사태의 본질을 비켜간 채 폭력 규탄과 같은 원론만 되뇌는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정치권에서는 이집트 사태 규정을 놓고 `해묵은` 논쟁이 재연됐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무르시는 끔찍한 대통령이었고 그가 재임하는 동안 경제도 엉망이었지만,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쿠데타"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 쿠데타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며 "자유·공정 선거가 치러져 새 헌정이 들어설 때까지 원조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이크 로저스(공화·미시간)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집트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군부를 계속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피해가려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와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이집트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국가안보팀 콘퍼런스 콜(전화회의)를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이집트 내 어떤 정파도 지원하지 않는다"며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사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보고 있는지, 나아가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AFP 통신은 "미 행정부가 이집트 군부에서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불러야 하는지를 놓고 악몽에 빠졌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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