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광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결집하는 지지층을 의식해 앞다퉈 윤 대통령을 접견하는 등 그의 정치적 구심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여론전을 통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윤 대통령 측과 대통령과 밀착하는 여당의 행보가 맞물리면서 일각에서는 여권이 점차 우경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층 결집으로 정권 재창출론이 힘을 얻고 여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의 자격, 피청구인의 방어권 등 절차적 흠결을 지적하며 헌재를 압박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윤 대통령 측은 "이념적 편향성이 드러났다"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정계선 재판관이 스스로 탄핵심판에서 빠져야 한다는 `회피 촉구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또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와 관련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권한쟁의 심판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은혁 후보자가 `극단적 이념 편향`을 보여온 인물로 편향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공정성 논란을 부각하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윤 대통령도 직접 여론전에 나섰다. 그는 3일 여당 지도부와 만나 국회 상황과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보인 편향적 행태에 관한 우려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상계엄을 통해 국민들께서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을 마비시킨 여러 행태에 관해 알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앞서 헌재 탄핵심판 3·4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서도 여유 있는 태도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오는 4일과 6일 열릴 5·6차 변론기일에서도 윤 대통령은 `계엄은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같은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국민의힘도 윤 대통령과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은 이날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들은 개인적 방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여당 `투 톱`이 함께 대통령을 만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이를 두고 당 지도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발목 잡히는 비대위보다는 혁신 경쟁에 뛰어드는 비대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과거에 매몰되는 느낌이 든다"라며 비판했다.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이유로 극렬 지지층의 결집을 꼽는다. 대통령의 여론전이 강성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켰고, 여당 역시 이들에 끌려다니면서 점차 그 흐름에 매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 흐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지층 결집을 기반으로 탄핵 반대 집회 규모가 커지고, 지지율이 오르는 반짝 효과는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당장은 `아편`처럼 달콤할지 몰라도,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탄핵이 인용될 경우 국민의힘은 급격한 노선 전환이 불가피한데, 지금처럼 윤 대통령 지키기에 집중하면 오히려 한계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전략이 중도 확장성에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계속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닌다면,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