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를 맞아 여느 때 같았으면 우리모두가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차야 할 시기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 상황에서 希望은 멀리만 느껴지고 불확실과 두려움, 공포(恐怖)가 우리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10월 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나라 전체가 온통 환호와 축제 분위기도 잠시였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2월 3일 밤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 이어진 尹 대통령 탄핵소추(彈劾訴追)로 나라 전체가 순식간에 혼란과 소용돌이속으로 빠져 버렸다. 게다가 국정 공백 속 갑작스런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우리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특히 45년 만의 戒嚴宣布로 인한 국격 추락은 수십년간 지켜온 K민주주의와 K콘텐츠의 위상을 하루아침에 뭉개 버렸다. ‘눈떠 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걸까.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그날 밤의 생생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며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뉴스를 계속 본다고 한다.
이러한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고 계엄선포(戒嚴宣布)라는 월권을 휘두른 尹 대통령에게 있다. 尹 대통령은 계엄선포(戒嚴宣布)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대한 경고용”이며 “국가 기능의 붕괴를 막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변하지만, 밤중에 무장 병력이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에겐 어처구니없는 궤변(詭辯)으로 들릴 뿐이다.
또한 망상적 자기 확신과 분노(忿怒)로 일관한 尹 대통령의 담화에서 그나마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만은 믿고 싶었다. 法을 다루는 검사로 26년간 나라의 녹(祿)을 받은 공직자로서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상식도 빗나가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尹 대통령은 지난 12월 15일부터 25일까지 검찰과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를 전부 거부했다. 또한 출석요구서 우편물도 받지 않고, 변호인 선임계 제출도 미루는 등 누가 봐도 수사 지연 의도가 뻔한 행동을 벌이고 있다.특히 법 집행기관의 정당한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수사와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국정 혼란 수습을 하루라도 당기는 것이 반헌법적 몰락(沒落)을 자초한 대통령이 국익을 위하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책임이다.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希望)의 언어는 보이지 않는다. ‘절대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던 호언장담(豪言壯談)이 무색하고, 집무실 책상에 전시한 ‘모든 건 내 책임’(the BUCK STOPS here!)이란 명패도 간곳없다. 경호처 완력(腕力)과 극우 유튜버의 선동(煽動), 그리고 두 겹 세 겹의 철조망이 철옹성처럼 보인다.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서 千萬多幸이다. 잠시 짓밟혔던 헌법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희망(希望)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희망은 막연한 낙관(樂觀)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이자 원동력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권(政治權)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이제 정치권(政治權)은 어지러운 혼란과 복잡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욕(邪慾)과 당리당략(黨利黨略)을 버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 희망과 기대로 가득찬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이룩해 주기를 간절히 열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