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정다원기자]"부처님 오신 날과 스승의 날이 겹쳐 오히려 좋아요. 학교 가면 골치만 아파요" 포항의 모 중학교 A 교사는 올해 스승의 날과 법정공휴일인 부처님 오신 날이 겹쳐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작은 선물도 일절 받을 수 없는 만큼 스승의 날에 학교에 있는 게 되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작년만 해도 반 학생 20명 중 1명 정도가 전날 A씨에게 손 편지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전해줬으나 올해는 아무도 그에게 편지를 주지 않았다.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편지나 꽃을 받는 것 조차도 신경쓰인다고 했다.A씨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스승의 날을 피한다"며 "교사를 잠재적 뇌물 수수자로 보는 것도 불편하고 피곤해서 그냥 그날엔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대구의 한 초등교사 B씨는 몇 년 전부터 스승의 날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동료 교사와 나누었다.그는 "스승의 날은 `스승을 존경한다`는 건데 사실 요즘 같아서는 존경은 바라지도 않고 존중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최근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교권이 예전만 하지 못하면서 1년 중 가장 큰 이벤트였던 `스승의 날`도 주목받지 못하고 쇠퇴해 가고 있다.2012년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교탁 앞에 수북이 쌓였던 선물도 아예 사라졌다.손 편지, 칠판 꾸미기 등 돈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교사에게 스승의 날 의미를 담아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지고 있다.특히 어린 학생이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아직 1교시에 고마웠던 선생님에게 손 편지를 쓰는 이벤트를 하는 학교도 있지만, 이 또한 담임에게는 전달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다. 스승의 날에 마이크로 울려 퍼졌던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도 없어진 지 오래다.교사와 학생이 모두 불편하지 않도록 스승의 날을 아예 재량휴업일로 정하는 학교도 있다.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승의 날 재량휴업일을 실시한 학교는 초등학교 2개, 중학교 9개, 고등학교 15개 등 총 26개였다.재량휴업을 하지 않아도 스승의날에 학교에서 백일장이나 체험학습, 자체 행사 등을 운영한 곳도 많았다. 아예 스승의 날을 근로자의 날(5월 1일)과 합쳐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쉬자는 의견도 나왔다.포항의 모 초등학교 K교사는 "실제로는 스승의날이 스승을 존중하자는 것인데 요즘에는 그런 풍토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교사도 학부모와 학생을 존중해야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도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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