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쉽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지난 2월 KBS 대담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입장 표명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는 총선 참패와 관련해 “국민에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민생고에 대해서도 “송구스럽다”고 했다. 총선에서 참패하고 그 이후에도 국정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진정성을 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같이 여러 번 머리를 숙였지만, 구체적인 현안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답변을 내놨다. 민감한 이슈에 대한 세부 설명이 부족했고 의혹의 핵심을 비켜 간 답변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론적인 답변으로, 국민은 윤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체감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질문에는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보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이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 특검을 하겠다”고 했다.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식으로 국민 공감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60%를 넘는 특검 지지 여론과 야당의 파상적 공세 앞에서 의혹 해소를 위한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남은 임기 3년 내내 거대 야당과 맞닥뜨려야 하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국정 동력 확보 돌파구를 열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번 회견은 윤 대통령이 ‘불통’이미지를 어느 정도 씻어내는 데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취임 이후 가장 긴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어제 “앞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더 자주 갖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미흡한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는 기회를 계속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 약속대로 좀 더 진솔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등 돌린 민심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답변은 국민들 맘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2%가 부족한 허전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