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안갯속 형국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뾰족한 묘책도 나오지 않아 강대강 대치로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만 불안하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고 외래 진료와 근무 시간도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정부 역시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면허 정지’ 처분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의대 증원 대학 배정 절차가 완료됐음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좀처럼 풀릴 줄 모른다.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만 자꾸 커지고 있다. 한가닥 기대는 지난 24일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이 의사단체를 만나 중재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양쪽 모두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난 뒤 대통령실에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를 전한 뒤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모처럼 소통의 물꼬가 트인 느낌이다. 의료계는 대화에 진정성을 보이고 전공의 복귀를 설득해야 하며 정부도 강경책을 자제하면서 의료계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게 이런 모습이다. 시작이 반이다. 의료 백년대계는 미우나 고우나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세울 수밖에 없다.그런데 정부와 의료계 모두 겉으로는 대화하자고 한다. 하지만 ‘2000명 증원 불변’(정부)과 ‘2000명 증원안부터 철회’(의료계)를 서로 조건으로 내세우니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명분과 여론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의료계가 먼저 자신의 입장을 거둬야 한다.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각종 자료, ‘응급실 뺑뺑이 사망’ ‘소아과 오픈런’의 현실은 하나같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약 1년간 27차례의 의정협의체, 정부와 130여차례 만남을 가지면서도 1명의 증원도 안된다는 입장만 반복해왔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국민 70% 이상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에 지지를 보내자 뒤늦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외치고 있다. 증원 관련 제도적 절차도 사실상 끝났기에 의료계는 이제 고집을 버리고 정부와 협의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