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민영일기자]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이종섭 주호주 대사 귀국을 놓고 시각 차이를 드러내면서 당정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18일 이 대사 임명에 대해 "적임자를 발탁한 인사"라며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조사 준비도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조사를 받던 도중 호주로 출국했다. 법무부가 이 대사의 출국 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은 `도피성 출국`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여권에선 수도권 후보를 중심으로 대통령실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사 임명을 강행해 야권에 공세 빌미를 준 데다가 이후 대응 역시 민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대통령실발 리스크로 지지율이 주춤하고 정권 심판론이 재부각되자 대통령실과 선 긋기에 나서는 후보들도 늘었다.한 수도권 출마자는 대통령실 입장 발표에 대해 "수도권 후보들은 다 죽으라는 것"이라며 "애초에 이 대사 임명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한 위원장 반응도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자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이 잘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실 잘못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께서 느끼기에는 `도피성 대사 임명`이라고 느껴진다. 본인이 들어와서 조사받는 게 맞다"고 말했다.서울 중·성동갑 후보인 윤희숙 전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굉장히 안타까웠는데 한 위원장이 그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 현장에서 뛰는 선수 입장에선 대단히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경기 성남분당을에 출마하는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전날 페이스북에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글을 올렸다.한동안 오름세를 보이던 정부와 여당 지지율은 최근 이 대사 임명 논란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자 당에서 선명한 메시지를 내면서 대통령실과 차별화 전략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 이 대사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서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더 확실하게 선 긋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월에 보여줬던 당정 갈등 이상의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기대치를 채우기 힘들다는 것이다.한 수도권 의원은 "지난번에도 싸우려다가 말았는데, 이제 국민들이 보는 눈은 그 이상이 됐을 것"이라며 "이번에 한 위원장이 제대로 치고 나가지 않으면 선거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편 한국갤럽의 지난 12~14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지지도는 37%, 민주당은 32%를 기록했고,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p 하락한 36%다.같은 기관의 지난 1월 16~18일 조사에선 국민의힘 정당지지도 36%, 민주당 33%였고,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32%를 기록했다(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