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기 수원정 공천을 받은 김준혁 한신대 교수의 말이 놀랍다. 그는 골수 ‘친명’으로 지난 2021년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란 책도 출간했다. 김 교수는 당시 “정조대왕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모두 개혁 열망을 가진 리더”라고 치켜세웠고 최근엔 ‘왜 이재명을 두려워 하는가’라는 책도 냈다. 책에는 이재명은 어떠한 압력과 고난에도 죽지 않는다고 서술했다. 아부가 아니라 거의 추앙에 가깝다. 그가 공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 쉽게 이해된다. 민주당이 지난 6일 밤 단행한 ‘친문·비명횡사’ 공천에선 친명 ‘완장’이 공천 보증수표임을 재확인했다.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은 강원도당위원장 신분으로 은평을 출마를 선언해 ‘주의’ 조치를 받았음에도 강병원 의원을 꺾고 공천받았다. 그는 친명 외곽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상임위원장 출신이다.
이 모임의 강위원 사무총장은 광주 서구갑 공천을 노렸으나 성추행·음주운전 논란으로 포기했다. 성남 중원 공천을 받은 이수진 의원은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선언했다가 포기한 다음날, 친명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빠진 성남 중원으로 갈아탄 인물이다. 그는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데, 같은 처지의 기동민 의원은 컷오프됐다. 광주 광산갑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변호사인 박균택 후보가 공천됐다. 이들에게 패한 인사들은 인지도나 의정활동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데도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그들은 단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결국 능력이나 경륜에 관계없이 이 대표 체제의 방어막이 될 후보들이 공천을 받는다는 공식이 나온 셈이다. 이번 민주당 공천의 시작과 끝은 결국 이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인 셈이다. 촉망받고 경륜있는 친문·비명 인재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친명들은 쉽게 공천받는 비정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러고도 이 대표는 “위대한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며 ‘혁신 공천, 공천 혁명’이라고 말한다. 보통사람의 논리라면 이런 말을 이처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없다. 그의 궤변이 놀라울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의 비양심적 발언에 반감을 산 이탈표만큼은 분명 나올 것으로 본다.